특허침해 상품 이미 거래되고 있다면 행위중단 못해… 금전으로 보상
[화제의 해외판결]
변호사 김 정 훈 (한국, 미국 뉴욕주) jhk@barunlaw.com
법무법인 바른 (Kim,Chang&Lee)
지난 18일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은 티보(TiVo)가 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즈(EchoStar Communications)를 상대로 제기한 DVR 제조 및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인용한 하급심의 결정을 정지시킴으로써 티보와 에코스타의 특허분쟁에서 잠정적으로 에코스타의 손을 들어주었다.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DVR, Digital Video Recorder) 제조 및 판매회사인 티보는 생방송을 정지하거나 뒤로 돌려볼 수 있는 '타임워프(time-warp)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 두 번째 규모의 위성통신서비스회사 에코스타가 그 자회사격인 '디쉬 네트워크(Dish Network)'를 통해 티보의 기술을 모방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티보의 핵심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텍사스 연방법원은 티보가 에코스타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에코스타가 티보의 타임워프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약 7,400만 달러의 배상을 명했으며 제조 및 판매금지가처분신청 인용결정에서도 티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상급심인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에코스타가 티보의 위 특허를 침해했더라도 그 서비스 이용객 중 최소 300만명 이상과의 계약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하급심인 텍사스 연방법원의 가처분결정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는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업체인 머크익스체인지(Mercexchange)사가 세계적인 인터넷 경매사이트 회사인 이베이를 상대로, 이베이가 경매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즉시구매(Buy it Now)'기능은 머크익스체인지가 이미 개발한 비즈니스 특허를 침해했다며 2001년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결정과 일맥상통한다.
즉, 지난 5월 15일 연방대법원은 이베이가 머크익스체인지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베이가 수년간 사이트를 운영해 오면서 수많은 고객들과 '즉시구매기능'을 통해 거래해 왔고 현재도 수많은 거래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 기능의 사용을 바로 중단시킬 경우 그 고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공공의 이유를 들어 머크익스체인지의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요컨대 원 특허권자로서의 권리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특허침해자가 수많은 고객들과 이미 많은 거래관계가 형성된 단계에 이르렀다면 특허권자는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특허침해행위까지 전면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8/28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