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자들에게 주는 ‘명예퇴직금’이 지나치게 과다하고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이를 조기에 개선해야 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관들이 잇따라 권고했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또다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IMF는 최근 우리 정부에 보낸 권고문에서 “한국은 해고의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고용조정이 필요할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과다 명퇴금 지급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IMF는 한국 금융기관이 명예퇴직금으로 15년 근무자의 경우 22개월분의 월급에 해당되는 규모를 지급, 경쟁국들에 비해 2배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경쟁국인 홍콩은 11개월, 영국(런던)은 12개월분에 그치고 있다.
이 기관은 특히 “이 같은 높은 퇴직금 수준이 고부가가치 상품의 생산자 및 하이테크 서비스의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환경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이 같은 구조가 비정규직을 늘리는 부작용을 양산, 노동시장에 이중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구조가 직장인들에게 ‘예비적 동기의 저축증가’ 요인으로 작용, 소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IMF는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30일 내놓은 경제전망 자료에서 한국의 내수회복을 위한 개혁 어젠다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진을 꼽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기관의 이 같은 권고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업체들의 국내진출(개방)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제거해달라는 배경을 깔고 있다”면서도 “민간기업 사이에서 구조조정 한파 얘기가 다시 나오는 상황에서 명퇴금 문제 등은 간과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