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는 악기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요. 다른 사람의 악기로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죠." '천재 소녀'로 불리던 첼리스트 장한나(29ㆍ사진)가 90명의 단원을 이끄는 듬직한 리더로 무대에 선다. '마에스트라(maestraㆍ여성 지휘자)' 장한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올해로 3회째 이어지고 있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1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세 미만의 음악도들이 일주일 동안 장한나와 합숙하며 빚어낸 음악을 선보인다. 행사를 앞두고 11일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는 특유의 너털웃음과 발랄한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우리 단원들이 수줍음이 많다"고 말할 때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지휘자 앞에 100명의 사람이 앉아 있으면 100가지 생각이 바뀌고 있겠죠. 하지만 모여 있는 순간만큼은 음악만 생각하도록 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첼리스트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지난 2003년 처음 지휘봉을 잡고 2007년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다. 지휘자로 변신한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지휘자가 된 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첼리스트로 활동할 때는 다른 음악가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적어 다른 사람의 연주에 관여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지휘자는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 교감해야 한다"는 그는 "솔리스트 때는 굉장히 외로웠지만 지휘자가 된 후 오케스트라라는 가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장한나는 앞으로도 젊은 음악가들이 음악만을 위해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젊은 음악가들의 수준은 굉장히 뛰어난데 세계 최고를 목표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이 행사가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에는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기타리스트 장대건이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협주곡을 협연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마지막 날에는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선보인다. 장한나는 "같은 음악을 연주해도 어떤 연주는 청중을 열광하게 만들고 어떤 연주는 따분해서 눈을 감게 한다"며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연주를 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