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발 화신(花信)이 반가운 아침이다. 이제 곧 북상하는 꽃 소식을 내륙에서도 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자연이 전해주는 반가운 소식은 새로운 날, 싱그러운 기운을 갈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벅찬 설렘이요,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사계절은 ‘설립(立)’자가 들어가는 입춘ㆍ입하ㆍ입추ㆍ입동으로 나뉘어진다. 특히 입춘은 24절기 중 첫번째 자리를 차지하며 만물이 생동하는 새봄을 알리는 절후다. 그런데 대한과 우수절기 사이에 양력 2월4일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입춘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여지가 남아 있는 겨울의 끝 자락에 서 있음은 아이로니컬하다. 시샘 많은 북풍은 아직도 한참을 더 머무를 기세고 산정에 남은 잔설 역시 봄의 길목을 막아서고 있는 겨울의 정점에 새봄을 뜻하는 입춘절기를 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공자는 삼계도(三契圖)에서 이르기를 ‘일년지계 재어춘’이라고 했다. 농가월령가의 정월령(正月令)에서도 ‘일년지계 재춘하니 범사를 미리 하라. 인력이 극진하면 천재는 면하리니 제각각 근면해 게을리 굴지 마라’며 경계를 잊지 않고 있으니 선인들의 지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입춘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봄이라는 새 생명 가득한 축복의 시간과 새롭게 설정된 목표를 향해 출발하기에 앞서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함을 암시하는 것이요,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성취와 성공 의지를 북돋우는 경구(警句)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진인사대천명’처럼 극진함과 성실함을 당부하고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열성을 기울인다면 감내하지 못할 고난 또한 없음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작금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시의적절한 메시지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입춘대길ㆍ건양다경ㆍ국태민안ㆍ개문만복래…. 예로부터 입춘에는 궁궐에서 여염집에 이르기까지 한 해 소망과 기원을 담은 입춘첩을 붙였다. 또한 입춘 기간의 마지막 날은 얼었던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절기다. 풀리는 대동강 물처럼 경제한파도 그렇게 녹아내리고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핀 봄 꽃들로 온 들녘마다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 번졌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