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백화점·대형마트 고객 발길 뚝

[비상등 켜진 경기] 소비 어떻길래

카드 등 실적 전망 줄줄이 하향

재정 조기집행만으로는 한계

금융·세제지원-규제 완화 등

경기흐름 바꿀 특단대책 필요


"일별 카드승인액이 지난달 중순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 같아 가맹점에 대해 무이자할부와 같은 판촉 지원을 늘려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국내의 한 대형카드사 간부가 전한 내수시장 분위기다. 실제로 대형할인점 등 내수대표 업종 관계자들은 4월 중순부터 판매실적 둔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백화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유모씨는 "세월호 사고 직후 일주일 정도는 고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가정의 달을 앞두고 선물세트 판매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휴 기간 손님이 좀 늘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한산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비 현장의 분위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유통업체들의 실적을 전망하는 증권업계 리포트는 줄줄이 관련 업체의 2·4분기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2ㆍ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0%, 6.0% 정도 줄어든 703억원, 1,018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홈쇼핑업체인 GS샵 역시 같은 이유로 2·4분기 중 총매출액이 1.3% 감소하는 부진을 겪으리라는 추정도 곁들여졌다.


정부의 경기진단도 다르지 않다. 내수 위주의 성장 궤도로 진입하려는 당초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나마 미약한 소비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신용카드사 등의 영업실적을 속보로 파악하고 있는데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판매 둔화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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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기진단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GDP 기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과거 대규모 재난 사례를 보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소비가 다시 살아나는 패턴을 보이곤 했지만 결국 그해의 경제성장률에 굴곡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세월호 사태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올해 GDP를 0.08%포인트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현재의 내수 부진이 단순히 4월 재난에 따른 일시적 쇼크 탓만은 아니라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당초 0.9%로 기대됐던 지난 1ㆍ4분기의 민간소비 증가율이 0.3%에 그친 점은 애초부터 국내 소비회복세가 미약했음을 방증한다.

문제는 내수 회복의 즉효를 낼 만한 정책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세월호 피해 지역, 피해 업종 등에 대한 재정·금융지원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이는 수혜 범위와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상반기 국가 재정 조기집행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예고도 내놓았다. 300조원대에 달하는 연간 재정지출총액을 고려할 때 재정지출을 1~2%포인트만 높여도 약 3~6조원의 돈이 앞당겨져 시중에 풀리는 효과를 낼 수는 있다. 금액의 자체만 놓고 본다면 미니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 조기집행은 이미 연초부터 쓰기로 했던 예산의 용도 범위에서만 쓸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소비진작과 같은 경기 대응 목적 등으로 특화해 새롭게 재정의 사용처를 지정할 수 있는 정식 추경 편성에 비한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제한적 경기대응책 이후에도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보다 특단의 대책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경제부처 내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는 예산뿐 아니라 금융·세제·입법규제 등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인 완화정책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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