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베어스턴스의 몰락서 배울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마침내 월가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는 IKBㆍ작센LBㆍ노던록 등 독일과 영국의 이름도 생소한 중소은행 3곳을 무너뜨렸으나 이들 파산이 국제금융시장에 직접 미쳐온 파장은 미미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5대 투자은행으로 8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온 베어스턴스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국제금융계를 크게 놀라게 할 사건이다. 베어스턴스는 어떤 투자은행인가. 치열한 경쟁의 월가에서도 끝임없이 새로운 금융 투자기법을 개발하며 항상 민첩하고 과감한 영업활동으로 주위의 선망을 받아오지 않았던가. 필자도 과거에 이 은행에 작게나마 개인적인 인연을 가진 적이 있었다. 지난 1770년대 초 세계은행 공채로 함께 입행했던 미국 친구와 나는 같이 국제금융부를 선택했다. 매년 전세계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6,000여명의 지원자 중 20명 정도를 뽑은 세계은행 공채 프로그램의 주 목적은 은행의 간부양성 코스이면서 다른 신입행원과는 달리 자기가 일 하고 싶은 부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했다. 거의 모든 공채생은 후진국에 나가 은행 프로젝트를 직접 담당하는 현장 부서들을 선택했으나 내 친구와 나는 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금융부를 선택했다. 세계은행이 장기 대출할 자금을 전세계 자본시장에서 사채발행으로 조달하고 수십억달러의 잉여자금을 단기 국제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금융부는 국제금융의 초기발전 단계였던 1970년대 초에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 집단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단단한 우정으로 엉킨 한 팀이 돼 국제금융부의 중요성을 후배 공채생들에게 집요하게 설득했다. 그리고 몇 년 안에 MIT 수학박사, 수리금융에 정통한 와튼 MBA 출신 등 엘리트 공채생들을 차차 영입해 요사이의 금융공학에 해당하는 새 국제금융기법들을 개발해 차차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10여년 후부터 이 부서의 동료들이 하나 둘 월가 금융기관에 깜짝 놀랄 만한 보수를 받고 떠났으며 내 친구도 베어스턴스로 자리를 옮겼다. 필자만이 유일하게 월가의 유혹을 마다하고 가르치는 것이 더 좋아 대학 강단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옛날 동료들과는 계속 교분을 유지했다. 베어스턴스로 떠난 친구는 후에 최고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승진해 월가 은행들의 중추인 트레이딩 전반을 책임졌고 지금 돈으로 약 300억원 정도의 연봉을 베어스턴스에서 받고 있었다. 한번은 필자가 뉴욕에 들렸을 때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이 친구는 자기가 관장하고 있는 수백명의 젊은 트레이더들이 하도 새로운 금융기법을 많이 개발해 위험도 덩달아 증가할 것 같다며 나더러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개선할 컨설팅을 요청했다. 은행의 비밀을 보장할 오랜 친구를 믿고 부탁하는 일이기에 필자는 흔쾌히 승락하고 얼마간 이 일에 관여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베어스턴스의 엘리트들이 개발한 많은 첨단 금융기법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이미 10여년 전에 은행을 은퇴하고 바다를 좋아해서 큰 요트를 몰면서 카리브 해역을 항해하는 동안 베어스턴스는 새로운 젊은 경영진이 등장했다. 이번 베어스턴스의 몰락을 보면서 특히 위험관리를 항상 강조했던 필자의 친구 같은 현명한 경영층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베어스턴스는 지난 몇 년간 수익은 높았으나 위험이 많은 주택담보부 채권시장에 많은 투자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을 최단기인 리포(Repurchase Agreement)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했다. 리포의 담보물로 사용해온 주택담보채권의 시장가격이 폭락함으로 더 많은 담보물 요청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침내 유동성 위기로 85년의 자랑스런 역사를 뒤로 한 채 베어스턴스는 몰락하고 말았다. 초단기의 리포 금리로 돈을 빌려 30년 장기의 주택담보부 채권에 투자하면 막대한 금리차액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에 수반한 유동성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커질 것은 분명하다. 위험관리는 사업이 잘나갈 때 더 관심을 가지고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정해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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