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MB 레임덕 막을 지렛대

25일 취임 3주년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을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지에서 뛴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걸음은 말처럼 가벼울 수 없다. 우선 구제역 확산, 물가 급등, 저축은행사태 등 코앞에 닥친 사안이 한 둘이 아니다. 당장 불을 꺼야 하는 사안들이지만 해결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도 각 담당부처 장관들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을 보면 헛발질 연속이니 대통령의 답답함이 오죽할까. 제발 장관들이 사고나 치지 말았으면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이니 정말 정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의혹 파문을 접하고서는 이 정권이 이토록 한심하고 어설펐던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취임 3주년에 받아 든 국정 성적표도 초라하다. 국민이 먹고 사는데 걱정 없고 전쟁의 두려움 없는 평화시대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국정의 기본원칙이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때는 이런 기본원칙에 맞게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서민 살림살이 형편과 안보상황을 돌이켜 보면 과연 그런 청사진이라도 있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파워그룹서 나타나는 원심력 최근 파워그룹에서 원심력이 나타나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 예외 없이 나타나는 권력누수 현상이다. 정권 창출의 공신들은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뿔뿔이 흩어지는 경향이다. 집권당과 청와대 관계도 예전 같지 못하다. 공직기강 역시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략적인 개헌이나 원칙 없는 남북정상회담, 정치적 고려에 의한 국책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은 집권층에 구심력을 불어넣는 방법이 아니다. 집권세력 결집의 이완만 가져올 뿐이다. 이 대통령은 분명 살아 있는 권력이다. 임기 초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제 그 힘을 제대로 써서 국정을 무리 없이 이끌려면 다양한 세력과의 화합ㆍ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과거 정권 또는 진보적 인사 등 야권 세력을 끌어안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는 가만 있어도 주변에 몰려드는 지지세력의 뒷받침을 받으니 국정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하지만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서 야권의 역할은 점점 커진다.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를 떠나 거국적 국정운영을 할 수 있고 때로는 그 한 축을 야권 세력에 맡길 수 있다. 야권과 협력은 대통령 레임덕을 막을 지렛대로서도 훌륭한 카드다. 집권층 이탈세력을 대체해 권력의 진공부분을 메우는 게 가능하다. 파워그룹의 내부 갈등을 단속하거나 외곽 집권세력을 견제할 수도 있다. 힘 있는 국정 위한 野 끌어안기 이 대통령이 야권과 화합ㆍ협력하려면 무엇보다도 무산된 영수회담을 성사시키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수회담은 대통령 자신이 야당 지도자와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서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다. 아울러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생존한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 국정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함께 기회가 되면 윤보선ㆍ박정희ㆍ최규하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대한 참배일정을 가졌으면 한다. 특히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는 것은 야권과의 본격적인 화해의 상징으로 기록될 수 있다. 야당의 세제ㆍ복지ㆍ대북문제 등 정책 가운데 합리적이고 타당한 부분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그 다음 수순이다. 현재권력은 미래권력이 떠오를수록 위축되는 법이다. 아무리 아쉽다고 작아지는 권력을 만회하기 위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레임덕 없이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남은 2년의 국정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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