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구조조정 역행하는 반값 등록금

여야당의 '반값 등록금' 경쟁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의 경우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오늘 총리공관에서 당정청 회의를 갖는다. 민주당도 질세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6월 국회에서 5,000억원의 추경예산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 문제, 그리고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반값 등록금이 안고 있는 최대 문제는 재원조달도 어렵지만 부실대학들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학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국내 사립대는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재정상태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 사학법인의 경우 수익금의 80%를 대학 운영비로 내놓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실천하는 곳이 거의 없다. 법인 전입금이 형편없다 보니 거의 모든 사립대의 경우 학교운영을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운영비의 90%까지 등록금으로, 나머지는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메우는 대학도 많다. 학생이 내는 등록금이 대학의 생명줄인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많은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반값 등록금을 도입할 경우 세금으로 부실대학을 지원하는 꼴이 된다는 점이다. 대학의 3분의1에 해당하는 77개 대학이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재정이 크게 어려운 실정이다. 교수들이 연구는 뒷전이고 학생모집에 나서야 하는 대학들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제가 실시되면 이들 부실대학도 혜택을 보게 됨으로써 시급한 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우려가 크다. 반값 등록금이 학생들이 기피하는 부실대학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링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반값 등록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더 부추겨 청년실업자 양산 등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일률적인 재정지원이 아니라 장학재단 확충 등을 통해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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