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창업이다.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실체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필자는 '창업 후 성공한 기업을 많이 만들어 경제를 좋게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창조경제의 성패가 중소기업의 흥망성쇠에 달렸다고 본다. 회사를 만들고 키운 중소기업 창업자로서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기업을 많이 만들어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벤처창업 지원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해외연수 등 창업교육을 시킨 후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유도한다. 수치상으로는 '청년창업 증가, 실업률 감소'라는 결과가 나오지만 실질적인 창업이 아니다.
대학생 창업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검증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부 창업투자회사들이 하고 있는 멘토링 과정을 벤치마크로 삼을 만하다.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에 대해 토론하고 성공한 선배 사업가와 연결해 아이디어와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도록 하고 신상품을 만들어 투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이끈다.
정작 중기ㆍ벤처 모르는 지원책 허다
안타깝게도 이런 멘토링 기회를 한정된 사람만 받는다. 해결책은 대학들이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대학들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창업 제안서를 평가하고 지원하면 된다. 지금처럼 건물을 임대해주고 주식을 챙기는 형식적 지원은 무의미하다. 또 정부가 해외연수를 미끼로 창업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창업 후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해결책은 엔젤투자 활성화다. 엔젤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파격적인 세제혜택이 필요하다. 그래야 실패 확률이 높은 벤처에도 투자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엔젤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25%, 이탈리아는 2년 내 재투자할 경우 수익에 대한 세금면제, 영국은 100만파운드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30%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투자자들이 기업을 살리게 하고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게 더 현명하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자금지원제도가 그 중 하나다. 정부는 창조경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구개발(R&D) 우수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기술력 평가 후 기술에 대한 보증을 통해 금리를 할인해주는 구조다. 좋은 제도다.
문제는 정부가 의욕만 앞세웠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시중은행 두 곳이 출범식을 갖고 시작했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에선 이런 제도 자체를 모른다. 보여주기 행정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운이 좋아 기업 또는 거래하는 은행 실무자가 알았다면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못 받는 상황이다. 은행 실무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홍보가 병행됐어야 하지만 제도만 만들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투자 받기 수월한 환경 만들어줘야
정부 관련기관의 자금 지원방식도 문제다. 중소기업이 담보 없이 돈을 빌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투자는 더 어렵다. 중소기업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은행과 증권사ㆍ벤처캐피털ㆍ중소기업진흥공단ㆍ기술보증기금 등 손에 꼽는다. 기업들은 비용 측면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선호한다. 벤처캐피털은 제일 마지막 고려 대상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투자 받기가 만만치 않지만, 전환사채(CB) 투자를 받아도 앞으로 남고 뒤로 깨지는 구조가 된다. CB의 이자는 저렴하지만, 낮은 전환가격과 우선주 전환으로 공단은 투자기업의 경영성과와 상관없이 장기간 안정적 이윤을 확보하도록 계약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일반 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정부 기관이 투자하면서 손해를 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면 수익을 목표로 하는 다른 투자자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력지원제도 역시 중소기업의 세세한 측면까지 고려한 매칭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 지속가능이라는 선순환의 틀을 구축한다면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라는 '창조경제'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