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이낸셜포커스]끊이지 않는 정책금융개편 갈등..산은 수은 다시 정면 충돌

해외여신 보증 놓고 산은·수은 충돌

공기업, 이 와중에 밥그릇 싸움하나

무보 보증 중단 예외방안 논의 주도권 잡기 다툼에 조율 실패

기업 조달금리 인하방안 등 실질적 지원방안은 허공에


지난해 8월 정책금융 개편안이 발표된 후 올 들어 다소 잠잠해진 듯하던 정책금융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정책금융기관들이 해외 중장기 대출을 할 때 무역보험공사 등으로부터 보증을 받는 문제를 놓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관료 사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고 이와 결부된 공공기관들의 이권을 둘러싼 알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24일 관계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획재정부의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지원반' 회의에서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된 '정책금융기관의 무역보험공사 신규 보증 중단 예외 방안'을 놓고 산은과 수은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충돌했다.

관련 부처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무보의 신규 보증 예외 방안을 두고 조율을 벌여왔고 이날 회의를 통해 입장 차이를 좁힐 것으로 기대됐으나 회의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났고 향후 일정도 잡지 못했다.

갈등의 불씨는 지난해 발표된 정책금융 개편안이다.

당시 정부는 정책 재원의 중복 활용을 줄이고 민간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다는 취지로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무보 보증을 민간 금융회사에만 원칙적으로 허용토록 했다.

그동안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는 상당수 해외 프로젝트에 대출할 때 무보의 보증을 받으며 리스크(손실 위험)를 줄여왔는데 앞으로는 독자적으로 직접 대출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를 늘리려던 산은은 암초에 부딪혔고 예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이번 논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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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해외에서 외국계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보의 보증이 일부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화 조달 경쟁력이 아직 외국계에 못 미치는 데다 국내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산은의 해외 직접 대출 비중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부실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민간 시중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산은의 해외 투자마저 묶이게 되면 해외 진출 기업들이 자금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산은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은은 이를 두고 정책금융 개편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이 계속해서 무보의 보증을 받아 해외에 진출할 경우 민간 금융기관의 해외 역량을 키우고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개편안의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 산은과 수은이 비효율적으로 경쟁하면서 발주처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은으로선 산은의 해외 진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자신들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양측의 논리에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이 같은 정책금융 주도권 잡기 싸움을 지켜보는 기업들의 속은 편치 않다. 지난해 정책금융 개편이 마무리된 후 이제는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조달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논의돼야 할 시점인데 여전히 정책금융기관들이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플랜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산은이 됐든 수은이 됐든 민간 은행이 됐든 저렴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양 기관의 갈등 때문에 눈치만 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 개편안 자체가 현실을 촘촘하게 반영하지 못해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자금 수요에 비해 정책금융이 크게 모자란 상황도 아닌데 갑자기 민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개편하겠다고 나섰으니 이 같은 사단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정책금융 개편 당시 금융권의 해외시장 진출 여건을 제대로 분석이나 했는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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