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당국, 이번엔 외양간 제대로 고칠 건가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유출대란을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익히 알려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시 제재 강화와 수집 대상 정보의 축소, 정보공유 제한 등이 골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대형 사고엔 매출액의 1% 과징금 부과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진작 마련했어야 할 제도적 장치들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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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금융당국의 뒷북 대책은 한두 번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말 동양사태로 2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자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부터 신용카드 대란에 이르기까지 금융재앙이 수차례 반복되고도 어찌하여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열 포졸 한 도둑 잡기 어렵다 해도 금융당국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라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국한해도 최근 3년 동안 두 번이나 종합대책이 나왔다.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 결국 지금과 같은 메가톤급 참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 때 심각성을 까맣게 모르다가 이제와서 허둥지둥 대책을 제시했다고 해서 국민의 불안과 정책불신을 말끔히 씻어낼지는 의문이다.

금융은 일단 사고가 터지면 어느 분야보다 파장이 광범위하게 미친다. 이번엔 사실상 전국민이 피해자다. 개인정보에 국한한 이번 대책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 권리강화 측면에서도 후속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관 설립이 절실하다. 금융위원회 산하로 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은 반쪽짜리다. 독립적 권한과 예산권을 가져야만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를 규제 비용으로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소비자 피해예방 차원을 넘어 시장안정과 금융권 건전성 강화에도 보탬이 된다.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는 첫 순서는 금융당국이 모든 기능을 다 갖겠다는 욕심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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