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LCD기술 유출직전 적발
고액연봉 대가 기술 빼내려한 대기업 前직원 4명 기소항생제 중간체기술은 이미 中에 넘어가국정원, 올들어 산업스파이 22건 적발
반도체 휴대폰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선도 분야인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ㆍThin film transistor-Liquid crystal display) 관련 핵심기술을 고액 연봉 제의를 받고 해외로 빼돌리려 한 대기업 연구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이득홍 부장검사)는 5일 6세대 TFT-LCD 컬러필터 공정기술을 빼낸 뒤 대만 회사에 입사하려 한 혐의로 류모(36)씨 등 국내 유명 LCD제조업체 A사의 전 연구원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같은 회사 전 연구원 김모(3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화학 대기업인 B사가 보유한 항생제 중간체 제조기술 등을 중국 회사로 넘긴 뒤 중국회사로부터 제품을 역수입해 판매한 혐의로 B사 전 연구원 김모(46)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이모(47)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국내 핵심기술 유출 잇달아=올들어 일부 몰지각한 대기업 연구원들이 고액 연봉 전직 등 특혜를 노리고 국내 핵심기술을 해외로 불법 유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A사 연구원들의 기술 유출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대만회사와 협의하던 임금 수준은 연봉 2억원 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업체 B사 김씨는 기술유출 대가로 중국회사로부터 4만달러를 받았으며 올 5월에는 부인 명의로 국내에 관련 회사를 설립한 뒤 8월까지 기술을 넘긴 중국회사로부터 약 3억원 상당의 항생제 중간체를 수입,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 반도체 제품개발본부에 근무하던 연구원은 해외 경쟁사인 I사에 전직하는 조건으로 512메가 DDR램 등 웨이퍼 검사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관련기술 프로그램 330여개를 올해 4월부터 6개월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 계정으로 빼돌리다 검찰에 검거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현대시스콤이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 통신기술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관련 특허기술 수천개가 통째로 중국계 미국회사의 한국법인에 넘어가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관련법(대외무역법)상 하자가 없어 무혐의 처리되고 말았다.
◇국내 산업경쟁력 저하 우려=최근 해외유출 및 유출시도되고 있는 기술들이 국내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국가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A사의 LCD 6세대 컬러필터 기술은 연구개발비만 3,700억원이 들어간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로 유출을 시도한 대만회사는 4세대 컬러필터 기술을 갖고 있어 국내기업와 수년의 기술격차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중국에 넘어간 B사 항생제 중간체는 중국의 저가 제품이 역수입됨에 따라 수출손실은 250만달러에 달하고 국내 판매손실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올해 1 월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산업스파이 사건은 모두 22건으로, 총 3 1조원가량의 국부가 새나갈 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흘러 나가는 기술은 반도체, 휴대폰, LCD, 의료장비, 제약 기술 등 한국의 첨단 핵심산업에 집중돼 있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입력시간 : 2004-12-05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