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공식 집계기관 부재로 업체들의 판매량 및 점유율 발표때마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2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04년 사업보고서'에 각각 명시된 지난해 주요 항목별 내수시장 매출 및 시장점유율 현황에 따르면 컬러 TV와 냉장고의 경우 LG전자가 추정한 자사의 내수 시장점유율이 50.2%, 52.4%로 삼성의 자사 추정치인 47.0%,44.3%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내수 매출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컬러 TV 5천927억원, 냉장고 7천161억원으로 LG전자(컬러 TV 5천416억원, 냉장고 6천664억원)를 각각 500억원 가량 앞섰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의 차이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LG전자가밝힌 점유율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측은 "자체 대리점 및 유통망 조사를 근거로 산정한 추정치이니만큼 100% 정확성을 기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탁기 내수 점유율의 경우 삼성과 LG의 자사 추정치는 각각 43.1%, 57.5%로 양사를 더하면 100%가 넘는다.
여기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자사의 세탁기 내수시장 점유율을 20%로 추정하고 있어 3사의 자체 집계치를 더하면 120%를 초과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서 시장점유율을 발표했다가 `수치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주요 유통채널에서의 주 경쟁사 대비 판매기준 시장점유율'이라는 내용으로 정정공시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전제품의 경우 공식 집계.통계기관이별도로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수치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수 시장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부풀려진 것으로 보이는 수치들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이달 6일 삼성전자가 슬림 브라운관 TV의 3월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LG전자도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힌데 대해 삼성측이 `물량 공급 시기가 늦었는데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의구심 어린 시선을감추지 못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슬림형 브라운관 TV 뿐 아니라 가전제품 판매 관련 수치를 발표할 때마다 상대방 회사의 수치를 믿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가전업체들이 구체적 수치를 발표할 때 보다 신중한 태도가 뒷받침돼야만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