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기업들 "일단 달러 구하자" 비상

■ 그리스 부도說 확산에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br>CDS프리미엄 5월말이후 최고 외화 차입 조달비용 가중<br>환율 상승추세 이어질땐 외국인 '팔자' 가속 우려


국내 시중은행과 기업들이 달러자금을 구하느라 애를 먹는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단 달러를 구하고 보자'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 최근 자금 경색을 빚고 있는 프랑스계 은행들이 집중으로 한국에서 돈을 빼 달러로 환전하면서 환율급등을 낳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올해 초 미국 국채(TB)에 200bp(1bp=0.0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해 외화채권을 발행했지만 지금은 300bp 이상의 가산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외화채권 발행을 위한 로드쇼를 마치고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채권발행 시기를 연기하거나 계획 자체를 잠정 보류하고 있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통화스와프시장에서 달러수요를 판별하는 1년물 통화스와프(CRS)금리는 1.13%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를 경신했다. 1년물 CRS금리는 전일보다 17bp나 하락했다. CRS금리는 국내 은행이 달러를 빌리고 원화를 빌려줄 때 받는 원화 고정금리로 CRS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원화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올 들어 달러 대비 평가 절상됐던 아시아 통화들이 9월부터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해외투자가들이 아시아 통화 포지션을 줄이는 대신 달러포지션을 늘리고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가치 평가절하 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외화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국내 은행과 기업들의 외화차입 조달비용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외화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00bp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150bp를 넘어서 지난해 5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 사태로 발등의 불이 떨어진 해외투자가, 특히 유럽계 자금이 한국 채권과 주식을 앞다퉈 팔아치우며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기준 한국의 대외채무 3,588억달러 가운데 48%에 달하는 1,744억달러가 유럽은행에서 조달한 것이다. 또 유럽계 투자가들은 국내 상장채권의 32%를 보유하고 있는 큰손들이다. 유럽계 자금이 한국 채권과 주식을 대거 정리하고 한국시장에서 등을 돌릴 경우 환율급등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되고 채권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서게 된다. 실제 지난 8월의 경우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계가 한국 시장에서 1조686억원의 채권을 정리했고 1조894억원의 주식을 처분했다. 영국계는 2,600억원의 채권과 6,411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외에 주식시장에서 룩셈부르크 자금이 1조2,629억원 빠져나간 것을 비롯해 케이만아일랜드(1조117억원), 네덜란드(4,779억원), 독일(1,783억원) 자금이 대거 이탈했고 미국계도 1조3,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리스 부도설이 불거지면서 약세를 보였던 국고채 금리도 오름세로 방향을 틀고 있다. 1년물의 경우 이달 14일 3.31%까지 떨어졌지만 19일에는 3.35%까지 올랐고 5년물도 같은 기간 3.40%에서 3.49%까지 상승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팔아치우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지만 우리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채권매도에 나서거나 매수포지션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환율상승이 이어질 경우 환차손을 우려해 외국인들이 한국 유가증권을 처분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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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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