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합병은행 출범 6개월] 3. 조흥은행

조흥은행은 다른 합병은행들과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된다. 연초에 출범한 대부분 합병은행들과 달리 합병 조흥은행이 출범한지는 2개월밖에 안됐다. 조흥-충북-강원-현대종금 등 국내 처음으로 4자간 합병 시도, 아직 합병이 완성되지 않은 유일한 합병은행이기도 하다. 당초 지난 3월로 예정됐던 현대-강원은행과의 합병은 현대그룹의 지분문제로 한동안 연기됐다가 지난 6월8일 합병승인주총이 미뤄지는 바람에 다시 미궁에 빠진 상태다.덩치가 작은 지방은행을 흡수합병하기 때문에 합병효과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충북은행 합병 후 조흥의 총자산은 약 53조7,057억원. 현대-강원과의 합병이 성사돼야 62조원을 넘어선다. 합병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리딩뱅크」의 길까지 열어 놓지는 않았다. 「한국 최고의 베스트 뱅크」를 꿈꾸는 조흥은행 앞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명분을 위한 합병= 조흥-충북은행간 합병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규모의 경제나 업무면에서의 상호 보완을 기대하기에는 충북은행이 너무 작았다. 충북은행과의 합병으로 조흥 총자산은 2조원이 조금 넘게 늘어난 데 그쳤고 여·수신도 각각 1조1,000억원과 1조6,000억원 가량씩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현대강원과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은 약 63조원, 여·수신은 각각 3조4,000억원과 4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나지만 4자간 합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는 아니다. 지난해 경영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못해 위기에 몰렸던 3개 은행들에 합병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택한 「마지막 수단」이다. 시너지 효과를 따질만한 겨를은 없었던 셈이다. 합병 완성 후 대전으로 본점을 이전하기로 한 것도 「실익」보다는 「정부에 대한 명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산넘어 산…언제 끝날까= 조흥은행이 합병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독자생존을 위한 외자유치에 실패하면서부터다. 이후 9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조흥은행의 합병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충북은행의 독자노선, 대주주인 정부와 현대그룹과의 첨예한 지분 협상 등 온갖 난관끝에 지난 6월8일 열린 현대-강원과의 합병승인주총은 현대종금 청산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문제가 갑작스레 불거지는 바람에 또다시 미뤄졌다. 이만큼 합병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은행도 드물다. 현대-강원과의 합병은행이 언제 출범할지는 미지수. 그러나 은행측은 추석 직후인 9월27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 魏 행장은 『합병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7월 중에 모든 문제를 마무리 짓고 8월 초에는 연기된 합병승인주총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점에서 조흥은행은 아직 「몸」을 만들지 못한 상태다. 현대-강원과의 합병이 완성돼야만 「리딩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조흥은행이 정한 도약의 시기는 2002년, 「한국 최고의 베스트 뱅크」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부여한 유예기간은 앞으로 3년이다. ◇준비된 합병…「후유증」은 없다=다행히 조흥은행에는 다른 합병은행에 흔히 나타나는 「합병 후유증」이 거의 없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대신 수개월의 협상 기간을 거쳐 실무적인 업무 협의는 모두 마쳐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합병이 성사되면 통합은 일사천리다. 현대-강원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 5월28일 실무적인 업무 협약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합병 성사 후엔 그만큼 빨리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3일 충북은행과는 합병승인주총 당일에 양측 노동조합이 통합됐다. 충북본부장에는 옛 충북은행 출신 임원이 임명됐고 충북은행 직원들의 직급도 그대로 인정됐다. 직원 수가 워낙 다르고 각 은행이 워낙 다급한 상황을 겪어서이기도 하지만, 일단 합병이 정해진 후 직원들간의 갈등은 표면화되지 않는다. 통합전산 시스템도 합병 출범일에 맞춰 가동됐다. 일부 합병은행이 아직까지도 전산시스템을 합치지 못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현대-강원은행과도 사전에 시스템 통합을 완비, 합병은행 출범과 동시에 가동시킬 계획이다. /신경립 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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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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