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발 '핵폭풍' 끝은 어디…" 불안 증폭

휴일로 이틀 진행될 조정 하루만에 반영 영향도<br>'엔캐리 청산' 실질 위험보다 심리적 영향 더 커<br>파장 제한적이라던 전문가들 전망 수정 잇따라


코스피지수가 125포인트가 넘게 폭락, 검은 목요일이 재현된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 조정 때마다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사상 최대의 주가폭락을 불렀다. 특히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은 전날 광복절 휴일 때문에 이틀에 걸쳐 진행될 조정이 하루에 반영된 것도 요인이 됐다. ◇미국발 불안요인의 끝은 어디인가=현재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미국발 불안요인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이에 따른 핵폭풍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촉각이 곤두서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이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해 그동안 신흥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늘렸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14일 골드만삭스가 자사 펀드 회생을 위해 30억달러를 긴급 투입한 데 이어 미국 자산운용사인 센티넬매니지먼트도 펀드환매 중단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투기성 매도가 몰리는 양상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발 불안요인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던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도 돌변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다우지수의 200일선 하향 이탈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120일선(1,650포인트) 지지 여부가 주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닌데다 정확한 피해규모를 알 수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ㆍ일본ㆍ호주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곽병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는 시점이 글로벌 증시의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엔캐리 청산, 실질적 위험보다는 심리적인 부담=서브프라임과 함께 증시폭락을 불러온 요인 가운데 하나는 엔캐리 자금의 청산에 대한 우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를 야기했고 이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이어져 엔캐리 자금 청산이 급속도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엔캐리 자금 청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형성된 엔화의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엔화가 달러화뿐 아니라 호주ㆍ뉴질랜드 통화에 비해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돈이 우리 증시에 얼마만큼 들어왔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주식시장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엔캐리 트레이드로 국내에 들어온 엔화 자금은 6조7,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자금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해외 고금리 채권에 주로 몰려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엔캐리 자금 청산이 가져올 외국인 투자가의 실질적인 자금회수보다는 위험자산 기피라는 심리적인 측면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엔캐리 자금 청산으로 국내 증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진 않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점은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 엔캐리 자금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조정을 마무리하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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