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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구리, 언제나 흔쾌히 싸운다

제5보(73∼88)<br>○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3회 BC카드배 결승5번기 제4국>



구리는 흑73으로 억세게 싸우는 길을 선택했다. 온건하게 두자면 이 수로는 74의 자리에 밀어야 한다. 계속 밀어붙이고 좌변 일대의 흑진을 입체적으로 키우면 흑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리는 웬만해서는 그런 식의 헤픈 구상은 하지 않은 체질이다. 상대가 싸우자면 언제나 흔쾌히 싸운다. 흑77로 가만히 뻗은 행마를 아마추어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78로 얻어맞는 것이 싫다고 참고도1의 흑1에 뻗고 보는 것은 하수의 감각이다. 백2 이하 10이 예상되는데 흑은 공배만 두고 백은 멋진 외세를 만든 양상이다. 흑85가 놓였을 때 이세돌은 5분을 생각하고 백86으로 중앙을 보강했다. "좀 이상하네. 옆으로 게걸음을 한 것 같잖아?"(필자) "하지만 그게 지금은 최선이에요."(김만수) "흑87이 너무 제격이야. 그곳으로 가고 싶은걸."(필자) "그곳이 탐나기는 하지요. 하지만 역시 실전처럼 두는 게 맞아요."(김만수) 참고도2의 백1이면 흑2가 통렬하다는 것이 김만수의 설명이었다. 백3이 불가피한데(그곳을 보강하지 않으면 바로 그곳을 흑이 두는 순간 백대마가 끊어진다. 끊어지면 그대로 죽음이다) 계속해서 흑4로 뛰면 이 자체로 좌변의 흑진이 엄청난 크기로 확정되는 것이다. 백88은 세력의 중심점. 나무랄 데 없는 한 수로 보였는데 이세돌은 복기때 이 수를 후회했다. 그렇다면 이 수로는 어디에 두어야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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