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온실가스와 기업 경쟁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본부장


최근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북미대륙의 한파, 남미대륙의 찜통더위, 유럽의 폭풍과 홍수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의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라는 것은 이제 정설이 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소비를 통해 급격하게 배출량이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온실가스는 대부분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온실가스의 약 95%가 에너지와 산업공정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다.

감축량 상당부분 산업계 떠안겨 큰 부담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전지구적인 노력이 지난 1992년 기후변화협약의 출범과 선진국들의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한 1997년 교토의정서 합의를 통해 구체화됐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누구나 동의하는 선명한 대의가 눈앞에 있음에도 합의 이후의 국제적 노력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에서 저탄소·녹색성장을 국정지표로 설정하고 2009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자발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국내외에 공표했었다. 당시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이와 같은 목표의 달성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당시 팽배했지만 정권의 의지를 강하게 반영해 밝힌 것이다. 또한 지난 정부 말기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15년부터 개도국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총량 제한 방식의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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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새롭게 수립했다. 지난 정부의 배출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업·건물·수송 등 부문별 이행수단을 제시했으며 산업 부문은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총감축량의 약 63%를 책임지도록 의무를 설정했다. 그런데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제시한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의 주 대상인 산업계에 강한 감축 의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배출권거래제 참여업체들은 대내외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에너지 다소비산업에 적극 지원 필요

정부는 경쟁력 약화 방지를 위해 제도 시행 초기에 배출권을 100% 무상할당하는 등 산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나 대내외적으로 치열한 환경에 노출된 기업들의 입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도 이러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아 외부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반영해 실현 가능하고 경쟁력을 보호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계도 이제 온실가스 감축이 당면과제임을 인식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절약을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의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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