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7일] 파생상품 과세 꼭 해야하나

한국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코스피200 옵션이다. 옵션은 지난 1997년 7월7일에 첫 거래가 시작된 후 2001년부터 세계 1위를 기록해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 안 좋은 뉴스가 전해졌다. 거래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의뢰한 한국조세연구원의 용역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의 자본이득에 과세가 필요하나 현재로써는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 어려우므로 단기적 대안으로서 거래세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제에는 그 누구도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세 도입은 형평성만으로 보면 안 된다. 효율성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거래세 도입이 시장에 미칠 영향과 파급 효과도 잘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우선 파생상품 과세를 할 경우 이중과세가 문제될 수 있다. 기관투자가가 고유계정자금을 이용, 주식거래 및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내면 이는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런데 파생상품에 거래세가 도입되면 선물이나 옵션 거래시마다 추가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개인투자자는 어떤가. 거래세가 도입되면 코스피200 선물 및 옵션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거래세를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가격하락 위험 헤징을 위해 선물 매도포지션을 취할 경우 과거에는 따로 세금 부담이 없어 주식포지션에서의 이익(손실)과 선물포지션에서의 손실(이익)이 서로 상쇄됐다. 그러나 거래세가 도입되면 선물포지션에서 손실이 나도 세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추가비용이 들면서 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 손실에 대해 손비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둘째, 거래세에 따른 거래비용 상승은 코스피200 선물 및 옵션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거래세를 부과하여 파생상품 거래비용을 상승시킨다면 선물 및 옵션 시장에 대한 참여 동기를 줄이게 된다. 즉 코스피200 선물ㆍ옵션시장 자체의 거래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헤징을 포함해 현ㆍ선물 간 연계거래가 감소하면서 현물시장마저 위축될 수 있다. 파생상품 거래세에 따른 세수증가가 주식시장 세수 감소로 상쇄돼 세수증대 효과는 미미하게 될 수도 있다. 셋째, 거래세 부과는 정부의 자본시장 효율화 정책과 상충될 수 있다. 내년에는 그동안 준비해온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상품의 본격 도입과 함께 다양한 금융상품이 선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파생상품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한 신상품인 동시에 일반 상품과 결합된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부품 역할을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여기에 거래세를 과세하면 파생결합상품을 위시한 다양한 복합상품의 거래마저 위축돼 자본시장통합법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금융투자상품시장의 활성화가 더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를 들어 기관들은 다양한 파생상품을 이용해 금융투자상품을 도입한 후 이에 따른 리스크를 코스피200 주가지수 옵션이나 선물로 헤지를 한다. 따라서 거래세가 도입되면 이에 따른 헤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많은 신상품의 도입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힘들게 도입한 자본시장통합법의 효과를 극대화하지는 못할 망정 지금 이 시점에서 도입 효과를 훼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무엇인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으며 자본이득세는 현ㆍ선물시장에 동시 부과하여 효율성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 상황으로 보나 자본시장통합법의 취지로 보나 현 시점은 거래세를 도입해 파생상품 거래비용을 증가시킬 시점이 아니다. 자본시장은 매우 민감한 시장이다. 과세에 대해 보다 장기적이며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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