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요를 창조하는 정책이 성공요인

수요를 창조하는 정책이 성공요인 日 소니, 사전조사조차 없이 단기간내 제품화 시대가 급변하며 정보의 수평화가 급격히 진전되었고 이는 기업간 기술의 평등화를 불러 일으켰다. 이에 따라 옛날에는 일본 기업 밖에 못 만들어 낼 것 같던 제품들을 지금은 일본에 비하여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일본 제품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가진 물건을 싼 가격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기술의 차별화가 힘들어진 지금 일본 전자 회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값이 싸고 성능이 동등한 제품들로 인하여 자신들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자니 자금과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여 새로운 기술을 간신히 개발해 놓으면 그걸 보고 얼마 가지 않아 같은 성능을 제품을 더 싼값에 만들어 내는 회사가 나와 결국 연구개발(R&D)비용만 손해를 보게된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항상 정상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기업이 있다. 바로 소니가 그 주인공인데 소니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상을 지키는 비결을 알아보기로 하자. 얼마 전 필자는 소니의 한 간부와 술자리를 같이 하며 그에게서 일본을 선도하는 기업 소니의 회장 이데이(井出)씨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 간부는 최근 소니가 발표하여 큰 파란을 불러일으킨 'SDR-3X'라고 불리는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의 연구 책임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데이 회장은 "IT시대는 일본 정부가 IT정책을 이야기하는 순간 이미 끝났다"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일본 정부의 IT정책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고 정부가 IT정책을 언급하는 시점에서 이미 IT는 더 이상 투자 가치가 없는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시장이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이데이 회장의 대표적인 방침은 시간이라고 한다. 이때까지는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 판매할 때, 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가를 철저하게 분석, 조사하여 시장 경쟁력이 있는가 등을 평가를 우선으로 하였다. 하지만 소니는 SDR-3X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요가 있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제품을 사전 조사 없이 단기간 내에 만들어 냄으로서 붐을 일으키고 수요를 창조한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마 수요나 시장성 등을 조사하였다면 소니가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들까 말까 망설이기 전에 행동으로 옮김으로서 항상 남들 보다 앞서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만들 때는 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술을 전부 동원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SDR-3X는 신장 50센치의 소형 로봇이면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모터로서는 낼 수 없는 고출력이다. 소니는 이 로봇을 만들면서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 고출력의 모터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결국 소니가 아닌 다른 회사는 흉내를 내려고 해도 소니가 아니면 못 만드는 부품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따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소니의 이데이 회장이 펼치고 있는 정책은 상당히 리스크가 높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다른 기업들과 같은 행동을 해서는 선두에 서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가 이런 정책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소니라고 하는 지명도 있는 브랜드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경대학 연구원 공학박사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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