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A씨는 최근 환갑을 넘기고서야 친아버지를 되찾는 소송을 벌였다. 1949년 12월 18일 태어난 A씨. 출생 후 보름도 안돼 6∙25 전쟁에 참가한 그의 아버지는 핏덩이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법적으로 A씨는 친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당시 혼인신고를 마치지 않았던 어머니 B씨가 재가를 위해 그의 호적을 친척집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자신을 길러준 친척 어른은 물론이고 가까운 지인들 모두 A씨의 사연을 알고 있지만 이미 순직해 유공자로 등록되어 있는 아버지를 친아버지로 부르려면 법적인 제약이 따랐다. 그는 고령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법원 문을 두드렸다.
의정부지법은 B씨가 “A씨가 친아들임을 인정해달라”라는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친아버지가 오래 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주변 친지들의 증언과 생모 B씨와의 사이에서 확인된 모자관계가 증거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단 재판부는 “통상 친생자 관계의 확인은 DNA 검사가 기본이지만 특수한 사정 때문에 예외적으로 DNA검사 없이 사망한 생부와의 관계가 인정된 사례”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수십 년간 국가유공자 자녀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을 누리지 못한 A씨는 만61세가 된 올해부터 국가보훈처 지원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