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日 금리인상, 증시 단기충격·기업 재무악화 불가피

'엔캐리 트레이드' 환류로 시장심리 위축<br>0.25%P 인상 그칠땐 충격 크지 않을듯<br>엔화강세로 수출기업엔 호재 가능성도


일본은행(BOJ)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자금시장에서 엔화대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엔캐리 트레이드’ 환류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일본에서 10조엔 이상의 자금이 해외 시장으로 순유출됐지만 1ㆍ4분기에는 45억달러가 유입돼 이미 연초부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환류가 시작됐다는 게 노무라증권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올 들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함에 따라 금리인상은 시간 문제일 뿐 이미 예견돼온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엔화대출을 받은 국내 기업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당장 국내 증시 및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심리적인 충격 차원을 넘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환류 가시화 등으로 예상보다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단기 충격, 기업 재무부담 불가피=수년 동안 ‘제로금리’ 정책으로 전세계에 돈을 풀어온 일본의 금리인상은 그동안 일본에서 사실상 공짜로 빌려 우리나라 등 이머징마켓의 고수익자산에 투자됐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역시 일본 자금을 쓰는 데 금리 부담을 느끼게 된다. 박찬익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는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은 국내 증시를 장중에 잠시 흔드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엔화 유동성이 감소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환류 우려로 시장 심리가 위축되고 그동안 싼 엔화대출을 받아 투자해온 국내 기업들의 재무 악화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엔화가치가 올라 환차손까지 발생할 경우 엔화 자금을 끌어 쓰고 있는 기업들에는 적잖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상무는 특히 “시중에는 일본은행이 연내 0.5%포인트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금리인상 발표와 함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엿보일 경우 이 같은 시장의 우려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을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의 반영으로 인식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아시아 통화 긴축과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환류로 받아들이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언급한 뒤 “단기적으로는 약세 마인드가 우세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예고했다. ◇엔화 상대적 강세로 수출기업 호재 기대도=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를 뒤덮고 있는 경기둔화 우려로 일본은행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미 예견된 0.25%포인트의 인상폭이 시장에 미칠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 환류와 그에 따른 엔화 강세, 유동성 위축에 따른 국내 증시의 심리적 부담감 등 금리인상의 여파는 다각도로 나타나겠지만 실제로 시장이나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특히 금리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해소되면서 금리인상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엔화 강세가 유발되면 해외 시장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국내에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일본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저리대출 자금 가운데 90%는 장기대출인 것으로 파악돼 금리인상 이후 초단기 자금이 대규모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사와 세이치로 노무라증권 투자전략 담당은 “지난 3년간 일본에서 10조엔 이상이 해외 시장으로 순유출됐다가 1ㆍ4분기에는 45억달러가 유입되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연초부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환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크기 때문에 일본 금리인상을 계기로 이 같은 추세가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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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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