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진행 중인 큰 패가 완료되면 흑이 던지는 수순이었다. 흑은 팻감도 부족하지 않은가. 그런데 백이 갑자기 패를 외면한 채 장면도 1에 붙인다. 복기 때 유창혁 9단이 이번 대국 최대의 패착이라고 지적한 A가 B와 교환된 직후였다. 어차피 6으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물러서면 바로 죽는다). 2로 버티자 3으로 다시 붙이며 6 끊는 점을 노린다. 이때라도 사는 수는 있었다. 흑이 5로 끼워 이으면 귀에서 두 집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장고하는 것을 보니 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백이 해달라는 대로 해줘도 수가 나지 않는 것 같은데…. 프로라고 너무 손바람을 내는군." 흑은 4로 두며 최대한 버텨본다. 백이 7로 넘자는 수를 8로 막으며 더 이상의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순간 백은 9로 끊고 11로 12를 강요하더니 마침내 화룡점정으로 13을 내려놓는다. 이렇게 궁도가 넓어 보이는데도 오궁도화라니…게임 끝이다. "마지막 수가 놓이니까 비로소 오궁도화인 것을 알겠네요." "쉬운 오궁도화는 아니에요. 처음 백이 1에 붙일 때 알려면 그냥 1급도 아니고 강1급은 돼야 할 겁니다." "귀의 오궁도화가 아니더라도 이미 백이 이긴 것 아닌가요?" "상수가 접바둑 둘 때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맞춰 두면서 마지막에 몇 집을 이기는 스타일과 타이트하게 몰아붙여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 있지요. 저는 후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