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엘리펀트

'건조한 일상'으로 표현되는 살인사건

[새영화] 엘리펀트 '건조한 일상'으로 표현되는 살인사건 지난 97년부터 불과 2년새 미국에선 8건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그때의 충격은 전세계 미디어를 경악시켰고, ‘볼링 포 콜럼바인’(감독 마이클 무어)을 비롯한 여러 영화들이 그 끔찍함과 선정성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역시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엘리펀트’는 평온하기 이를 데 없는 잔잔한 영상을 관객에게 비출 뿐이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미식축구에 열중하고 식당에선 먹을 게 없다고 투덜댄다. 모두들 15분 후에 벌어질 ‘끔찍한’ 사건을 상상하지 못한다. 영화 후반부에 ‘살인마’로 돌변하는 알렉스와 에릭 역시 집에서 컴퓨터게임을 하고 ‘엘리제를 위하여’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놀던 학생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이 학교를 ‘전쟁터’로 만드는 후반부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살인을 ‘건조한 일상’으로 표현하는 영상은 미국 10대들의 무덤덤한 감정 그 자체다. 왕따, 인터넷, 총기구매 등 살인을 부른 온갖 동기들이 나열돼 있지만 영화는 그 어떤 것과도 살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맺지 않은 채, 관객들에게 판단의 몫을 돌린다. ‘아이다호’ ‘파인딩 포레스터’ 등에서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거스 반 산트 감독은 인도의 불교 설화 속에서 ‘엘리펀트’라는 제목을 떠올렸다는 말을 남겼다. 장님들이 코끼리 몸을 더듬으면서 자신이 만진 부분만이 코끼리의 본질이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그들을 살인 병기로 만든 현실 속 모순을 차분히 곱씹어 본다면 영화의 메시지에 조금은 다가갈 수도 있음 직 하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08-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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