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다룬 미국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년)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이혼 후 7살 아들을 혼자 키우는 다정한 아빠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식사 준비하고, 아이를 깨워 등교 준비를 돕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세탁물을 맡기고…정신 없는 나날이지만 낯선 상황에 점차 적응해 간다.
이 영화는 1970년 대 미국 가정의 이혼과 자녀 양육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이 같은 `홀아비 가정`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인이 죽거나 이혼하거나 미혼인 남자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1970년 전체 편부ㆍ모 가정의 1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7%로 늘어났다. 이런 가정의 아이가 현재 330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는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에는 엄마가 보다 좋은 부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법원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등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엄마에게 양육권을 주었으나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역시 낯설고 험한 길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편부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다.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뿌리 깊다. 주변에서 홀아비 가정의 역할 모델을 찾기도 쉽지 않다.
직장과 가사를 조화롭게 수행하기는 더욱 어렵다. 전문가들은 남자가 여자보다 아이를 돌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더 힘들어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상당수 홀아비들은 아이 때문에 직장을 소홀히 하거나 부담이 적은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아이 때문에 직장을 소홀히 해 해고되는 상황이 바로 현실인 것이다.
<김상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