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표 순항 지속에도 경기낙관 어려워

■ 통계청 8월 산업활동동향생산·소비·설비투자 증가 선행지수는 석달째 감소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은 우리 경제가 일단 지표상으로는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속내용을 뜯어보면 앞으로의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과 소비ㆍ설비투자가 모두 증가세를 보였지만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는 3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해 실망감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지표는 벌써 몇개월째 경기호전 신호를 보내고 있는 데 반해 산업현장이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구들장은 따뜻한데 방 공기는 차가운 격이다. ▶ 지표는 그럴 듯한데 실물경기지표는 견실한 모습이다. 지난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8.5% 증가해 올 3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비도 꾸준하다. 도소매 판매는 도매, 소매, 자동차와 차량용 연료판매 등 전부문에서 증가해 6.0% 늘어났고 생산자의 내수용 소비재 출하도 9.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일반산업용기계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데 힘입어 1.3%의 증가세로 반전됐다. 평균가동률 역시 전월보다 1.8%포인트 증가한 77.1% 수준을 나타냈다. ▶ 전망은 불투명하고 실물지표와 달리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경기동행지수는 6월, 7월 각각 -0.6을 기록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6개월 후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도 마찬가지. 경기선행지수는 ▲ 6월 -1.9 ▲ 7월 -1.2 ▲ 8월 -0.7 등으로 계속 어두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 체감경기도 썰렁 기업이나 금융회사ㆍ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 썰렁하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소상공인(종업원 5명 이하) 9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동향 결과에 따르면 8월 체감경기지수는 97.7로 4월부터 체감경기는 계속 위축되는 모습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0을 넘으면 그 달 체감경기나 실적이 전월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업체가 많고 100 아래면 나빠졌다고 여기는 업체가 많음을 뜻한다. 또 한국은행이 매출액 20억원 이상 2,94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BSI도 111로 2분기 연속 하락세다. 업황전망 BSI는 2ㆍ4분기 126까지 치솟은 뒤 3ㆍ4분기에는 119로 내려앉았다. 제조업 업황의 실적 BSI는 전 분기 114에서 3ㆍ4분기 99로 급락, 다시 100을 밑돌았다. ▶ 반도체ㆍ자동차만 잘 나간다 실물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다시 벌어지고 이유는 우리 실물경기의 부문별 편차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의 산업활동 동향을 분석해보면 반도체와 자동차업종의 생산은 크게 증가하는 반면 다른 업종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 전자부품업체인 A기업의 B사장은 "솔직히 요즘에는 월급쟁이들이 부럽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8월 산업생산이 증가세를 유지한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전월에 비해 각각 10.2%, 8.6% 증가했다. 반면 비금속광물(-7.5), 기타 운송장비(- 5.8), 조립금속(-2.2) 등 다른 업종은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불투명한 세계경제 여건이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기 호조세가 업종별로 골고루 퍼져 방 공기(체감경기)가 따뜻해지려면 한계에 다다른 듯한 내수를 만회해줄 수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당분간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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