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흔들리는 세계경제] 6. 정부의 대응

구조조정 지속 원칙속 경기부양 갈수록 탄력'격랑의 한가운데를 항해하고 있는 한국호(號)는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키를 쥐고 있는 정책당국의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키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좀더 세밀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때마다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급해졌다. 미국증시 하락과 일본 불황의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자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궁지에 몰려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일본식 복합불황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대내외 경제변수를 종합 재점검, 경제운용 계획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300조원에 육박하는 단기 부동자금을 증시를 비롯한 생산적 시장으로 유도하는 대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일단 19일 개최된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20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두가 세계경제 파고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20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내 국책 및 민간연구원장들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까지 참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과 너무 수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거시경제운용의 큰 줄거리는 제한적 경기조절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집중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정부는 FOMC가 단기금리를 예상대로 0.7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경우 콜금리 인하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불안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거시경제운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환율이 급등락을 지속할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스무딩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김용덕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설명했다. 재정의 카드로 쓸 수 있는 추경편성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경은 한은결산잉여금과 세계잉여금을 합쳐 약 5조원 정도를 편성할 수 있으나 지난해 세금이 13조원 이상 더 걷히는 바람에 법적으로 정산해야 할 지방교부금이 3조6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결국 올해 추경규모로는 재해대책에 쓸 자금도 모자라는 형편. 정부의 제한적 경기조절 대책은 상황에 따라 적극적 경기부양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진 부총리의 일부 세율인하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하지만 뭔가 깊은 의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달갑지 않은 분석이나 미국경기가 휘청대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충격을 피할 도리가 없다. 이 점에서 일본의 실패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일본은 구조조정 부진에다 정치불안까지 겹친 결과 신뢰상실로 모진 고생을 하고 있다. 그동안 대우ㆍ현대 등 산적한 국내문제로 외부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을지라도 거꾸로 외부변수 때문에 구조조정의 스케줄이 더뎌질 경우 더욱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김준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세계경제가 동조화 추세를 보이며 정부의 경기조절 수단이 약화된 게 사실"이라며 "체력보강을 위한 구조조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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