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치인과 서울시장

임석훈 기자(사회부) shim@sed.co.kr

[기자의 눈] 정치인과 서울시장 임석훈 기자(사회부) shim@sed.co.kr 임석훈 기자(사회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요즘은 하루가 한달, 아니 1년 같을 것이다. 야심작 가운데 하나인 교통체계 개편이 삐걱거리는 데다 잇단 말실수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이 시장이 왜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됐을까. 이 시장은 현대건설에서 일할 때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2년 전 서울시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후에도 현장에 자주 나타났다. 청계천 복원사업 초기에는 작업모를 쓰고 직접 현장에 달려가 진척상황을 챙기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부에서는 ‘불도저 시장’이라고 비난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는 연일 매스컴에 등장해 반대논리를 펼쳤다. 책임을 다하는 행정가이자 여론의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 차기 대권주자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교통체계 개편과정에서 현장에 이 시장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개편 첫날인 지난 1일 지하철ㆍ버스 모두 단말기가 먹통이 되고 시내도로가 난장판이 돼도 시장은 현장을 외면한 채 침묵했다. 작업모를 눌러쓰고 의기양양하게 현장을 누비던 1년 전 청계천 복원공사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다며 매스컴에서 목청을 높이던 것과는 180도 달랐다.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 시장은 일요일인 4일 기자들 앞에 나타나 시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날인 5일 오후 중앙버스전용차로 점검차 마침내(?) 현장에 나갔다. 서울시민의 한 사람인 기자는 이 시장의 이런 처신에 적잖이 실망했다. 시민들의 호응이 좋은 정책에는 정치인으로서의 변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반면 불만이 예상되는 정책 집행과정에서는 뒷짐지고 있다 마지못해 현장을 찾는 이중성을 느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서울시민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때만 목소리를 높이고 현장 행정을 외치는 ‘정치인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서울시장 이명박’을 원한다. 입력시간 : 2004-07-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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