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혈세 축내는 민자사업 장부 까발려야

서울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자사업자가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한다. 메트로9호선㈜은 누적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요금이 150원 오른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50%에 가까운 인상률을 접한 시민들로서는 황당무계하다. 경악할 만한 인상률도 그렇지만 서울시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안을 공고한 사업자의 태도는 시민의 발을 인질로 삼은 횡포이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서울시는 행정무능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요금인상을 허용하지 않으면 사업자에게 국민 세금을 추가로 지원해야 하니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애초 문제는 서울시가 민간사업자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최소수익보장(MRG) 협약을 허술하게 맺은 데 있다. 승객 수요를 실제보다 높게 예측해 그것을 기준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 2009년 9호선 개통 이후 3년 동안 지급한 보조금이 71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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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의 난맥상은 비단 지하철9호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문제의 최소수익보장 룰은 2009년 이후 폐지됐지만 이전에 맺은 계약에 묶여 있는 민자 프로젝트는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 고속도로 등 30여개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민자사업에 해마다 2조원가량 혈세를 쏟아 붓고 있으며 용인과 김해 경전철, 거가대교 등 지방자치단체 추진사업도 한두 개가 아니니 실패백서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민자사업은 국가와 지방의 재정부담을 덜면서 교통망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민간 부문 특유의 활력으로 건설 및 운영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발전소 같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민자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금은 세금대로 축내면서 요금은 다 오르는 방식이라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민자사업 전반에 걸친 운영실태와 개선방안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이미 맺은 최소수익보장 룰을 전면 무효화할 수는 없지만 적자발생과 요금인상 등이 적정한지, 계약의 불합리성은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당초 수요예측과 실제 수요에서 왜 차이가 나는지 책임소재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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