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철수는 퇴직연금시장이 대형은행 및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위주로 고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금리로 운용수익을 내기도 점점 어려워져 중소형 보험사 및 증권사ㆍ지방은행의 퇴직연금 사업 철수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지난달부터 퇴직연금의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저금리로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사업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시장이 은행과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금융회사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며 "기존에 유치한 퇴직연금은 계약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유치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책정하다 보니 수익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적립금 규모는 2,100억원(9월 말 기준)으로 전체 50여개 사업자 가운데 34위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퇴직연금시장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 잡기가 버거운 중소 금융회사,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시장에서 밀리는 양상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시장이 제도적으로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산ㆍ인력 등에 투자가 계속돼야 하는 만큼 규모가 작은 곳은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금융회사가 많아 사업철수가 잇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