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안정땐 성장에 무게 이동 가능성

민간 연구소보다 높게 제시<br>내년 성장률 전망치 4.5%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4.5%'라는 숫자에는 내년 경제운용 계획을 둘러싼 정부의 고심 흔적이 진하게 드러난다. 유럽 지역의 국가 재정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내년에도 '위기 관리'나 '안정' 기조에 집중하겠지만 실물경제가 침체되면 '성장'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올 6월 내놓은 전망치인 4.8%보다 0.3%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외 기관에서 나온 전망치 가운에서는 가장 높다. 스탠더드차타드(SC)는 최근 "가계 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전망을 기존의 4.8%에서 4.0%로 대폭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수 경기는 올해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세계 경기회복세의 약화로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올해 전망치인 4.2%보다 낮은 4.0%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당초 내년 4.3%로 예상했으나 3% 후반대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전망치의 하향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와 내년 모두 4% 내외로 예상치를 낮출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민간 부문보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성장으로 정책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는 지금은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3%대를 제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성장률 4.5%'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겠다는 게 아니라 잠재성장률 수준은 달성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DI는 내년 잠재성장률 4.3% 내외를 제시하고 있다. 또 오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세입 확충 등에 나서기로 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여지도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재정경기 둔화가 본격화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우선 순위가 바뀔 여지도 크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정부는 여러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며 "정부의 전망에는 민간과 달리 '단순 예상' 외에 '정책 목표'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분간 글로벌 재정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 물가 안정, 재정 안정성 등 기본 체력 강화에 주력하되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화하면서 내수나 일자리ㆍ경상수지 등에 비상등이 켜질 경우 여러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연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 외에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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