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가 178개국 중 30위로 지난해보다 7단계나 추락했다는 세계은행의 ‘2008 기업환경 보고서’는 정부의 기업환경 개선작업이 말뿐이었음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지난 2006년과 지난해는 연속 23위였다. 순위가 떨어진 것은 정부의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 등 규제완화가 핵심은 피하고 변죽만 울린데다 공무원 수를 늘린 정부의 몸집 키우기와도 관계가 있다.
경제규모 13위에 기업환경이 30위라는 사실은 기업은 열심히 하는데 정부는 발목만 잡고 있음을 말해주는 한 증거다. 세계은행이 조사 평가한 10개 분야 중 국제교역 분야만 지난해 30위에서 17위로 개선됐을 뿐 7개 분야는 뒷걸음질치고 2개 분야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고용(131위), 창업(110위), 납세(106위) 분야는 최악으로, 특히 근로시간 등 후진적인 고용 관련 규제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임이 확인됐다.
일자리 창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창업이 지난해 101위에서 110위로 처진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장과 설비 인허가 비용도 1인당 소득의 170.2%로 OECD 회원국 평균 62.2%의 배가 넘었다. 폐업도 10위에서 11위로 내려가 한국은 창업과 함께 폐업도 힘든 ‘규제공화국’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과 달리 동유럽ㆍ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까지 재빠른 규제완화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처럼 기업환경이 개선은커녕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완화를 공격적으로 해야 선진국으로 빨리 갈 수 있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것이다. 최근 대통령선거 후보 진영에서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런 점에서 기대가 크다.
현재 국내 기업은 한국을 떠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성노조까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을 외면하는 기업과 외국자본의 발길을 돌리려면 기업할 맛 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7단계나 추락한 사실을 규제를 완화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 공격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