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코끼리 밥솥에 대한 추억


인천공항 특송화물 통관장은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밀려드는 화물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다 보니 문득 지난 1980년대의 공항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는 일본을 다녀오는 여행자 대부분이 코끼리 밥솥 하나씩 들고 오는 것이 유행이었다. 밥솥을 한꺼번에 사와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이들 여행객이 지금의 해외 직구족(族)의 원조라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9월까지의 해외 직구 건수는 1,116만건으로 지난해 전체의 1,115만건을 이미 넘어섰다. 금액도 10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구입금액인 10억4,000만달러보다 많다. 구매 품목도 의류와 신발·화장품 등에서 최근에는 대형 가전제품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직구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문화 추구 등의 영향도 크다. 그동안 일부 독점 수입업체들이 외국에 비해 높은 가격정책을 펴왔던 것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해외 직구 시장이 커졌다면 이제는 해외에서 우리 상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역직구(逆直購)를 통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 역직구 시장 개척에 있어서 우리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우리 주변에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있다. 중국의 해외 직구 금액은 우리의 35배에 달하는 352억달러다. 오는 2018년에는 1,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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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면세점 소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품질 좋은 한국 제품을 중국 현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해본 여행객이나 여행을 오지 못하는 중국인들도 역직구가 활성화되면 손쉽게 온라인으로 우리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역직구가 활성화되면 소규모 기업의 창업으로 직접적인 매출 증대와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과 해상을 통한 물류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한류(韓流)'라는 문화 콘텐츠가 있다. 우리 드라마나 가요가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한국 제품은 가격 부담도 적고 믿을 수 있는 품질로 선호도가 높다.

해외 역직구 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7월부터 전자상거래 간이수출제도를 통해 수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등 통관·세제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직구가 우리 소비자 후생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면 역직구 시장 개척은 정체된 국내 내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역직구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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