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업계 '2단계 방카슈랑스' 정면충돌
"예정대로" vs "연기해야" 팽팽은행-다양한 상품 비교선택등 장점 많아…정책일관성 위해서도 늦추면 안돼보험-은행 수수료 챙기기위해 강행 주장…보험료 인하 효과도 없어 재고 돼야
2단계 방카슈랑스(보험상품의 은행판매) 시행을 둘러싼 은행-보험사간의 마찰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은행권이 이미 법(시행령)으로 일정이 정한 만큼 예정대로 이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법이라도 바꿔서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형사 도산 등 1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에 따른 후유증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연기 불가피’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은행권 "예정대로 시행돼야"
은행권은 방카슈랑스의 긍정적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보험업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또 일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도 점차 해결되고 있어 예정대로 시행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다양한 보험상품의 비교선택 ▦원스톱(One-Stop) 금융서비스 이용 ▦일부 상품의 보험료 인하 ▦보험사의 새로운 판매채널의 확보 및 보험시장 확대 ▦은행의 수익원 다변화 등을 긍정적인 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 도입에 따른 보험료 인하효과가 거의 없다는 보험업계의 지적에 대해 은행권은 보험사들이 설계사 조직의 붕괴를 우려해 가격인하를 기피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일부 은행지점에서 계약자에게 충분한 상품설명 없이 계약이 체결되는 '불완전 판매'가 나타나는 것은 점포당 2인의 직원이 방카슈랑스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 감독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방카슈랑스는 업계간에 서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협의를 거쳐 실시하고 있는 제도"라며 "이제 와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도 도입시 논의된 기대효과, 정책의 일관성 및 대내외 신뢰도, 2단계 방카슈랑스 준비상황 등을 고려할 때 2단계 방카슈랑스는 당초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상무는 다만 "정부가 보험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법이 바뀌는 만큼 이를 은행권이 수용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시행 연기 불가피”
보험업계는 무조건 시행이 연기돼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위해 빈약한 논리로 2단계 방카슈랑스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험업계는 우선 방카슈랑스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단계별 확대 시행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은행권의 지적에 대해 “IMF이후 은행의 수익성 확보가 우선시되면서 보험업계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고 은행의 요구대로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 등 방카슈랑스제 도입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은행권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월 20만원의 보험료를 20년 동안 납입하는 상품(총 보험료 4,800만원)이 판매됐을 때 설계사는 약 69만원의 수수료를, 은행은 약 87만~104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상품의 보험료를 떨어뜨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기존 상품의 적용금리(4.0%~4.5%)보다 더 높은 금리(4.8%~5.5%)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보험료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은행 직원들이 보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해 계약자들이 조기 해약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했다. 은행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일부 대형사의 불완전판매비율(신계약중 청약철회 및 해지비율)이 방카슈랑스 영업은 8.4%로 설계사 2.8%보다 3배가량 많았다.
김재훈 생명보험협회 연구개발실장은 “은행의 무리한 영업행태 등을 고려할 때 해약환급금(보험 기간중 해약했을 때 돌려 받을 수 있는 보험료)이 적은 보장성 보험의 특성상 2단계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경우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4-08-26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