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같은 엔진 다른 자동차' 쏟아진다

"심장 공동사용으로 비용 줄이자" 토요타-스바루·PSA-포드 등<br>경쟁사끼리 엔진 개발 힘모아 소형차 아예 함께 생산하기도

PSA그룹과 포드그룹이 함께 개발한 푸조 2.7리터 HDi 6기통 디젤 엔진.

토요타 '86'(사진)과 스바루 'BRZ'는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수평대향형 D-4' 엔진을 을 함께 탑재한다. 두 차종 모두 올해 국내에 출시된다.

토요타 '86'과 스바루 'BRZ'(사진)는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수평대향형 D-4' 엔진을 을 함께 탑재한다. 두 차종 모두 올해 국내에 출시된다.

현대차의 쏘나타와 기아차의 K5는 같은 중형 플랫폼을 쓰며 2,000㏄ 가솔린 모델(신형 기준)에 누우 2.0 CVVL 엔진을 달고 있다. 터보나 하이브리드 모델의 엔진도 쏘나타와 K5는 동일하다. 뼈대와 심장은 같지만 두 차량은 엄연히 다른 모델이다. 외관은 물론 탔을 때의 주행감도 다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쏘나타는 패밀리세단으로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이라면 K5는 보다 역동적인 핸들링으로 다이내믹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실상 한 회사로, 엔진을 공유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끼리도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은 엔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은 줄이면서 서스펜션을 비롯한 튜닝은 달리하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린 외관 디자인을 더해 '같지만 다른' 차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토요타의 86(하치로쿠)과 스바루의 BRZ가 대표적이다. 토요타와 스바루는 '운전자의 감각으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는 후륜구동 소형 스포츠카'를 컨셉으로 공동 개발에 나섰다. 두 회사는 스바루가 자랑하는 수평 대향 '박서엔진'과 토요타의 최신 직분사 기술(D-4 S)을 조합해 세계 최초의 '수평 대향 D-4 S'엔진을 만들어냈다. 일반 엔진보다 무게 중심이 낮아 코너링에서 강점을 보이며 최고 200마력의 힘을 내면서도 공인연비가 13.4㎞/ℓ를 달성해 경제성도 갖췄다. 부족한 기술력은 보완하면서 장점은 살린 것.

토요타는 이 엔진으로 1980년대 출시했던 AE86을 부활시켰다. 이름도 86으로 지었다. 지난해 도쿄모터쇼에 출품된 86은 이미 일본에서 한달만에 7,000건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오는 6월에는 국내에도 출시된다.

스바루도 같은 심장을 쓰는 BRZ를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에 선보인다. BRZ는 전고 1,300mm, 전폭 1,775mm의 낮고 폭이 넓은 차체의 쿠페 형태를 띠고 있다. 스포츠카의 성능에 넓은 트렁크까지 갖춰 장거리 여행에도 적합하다.

최근 GM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프랑스의 PSA 푸조 시트로엥은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업체와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완성차 회사다.

PSA 그룹과 포드 그룹은 유럽의 디젤 수요를 대비해 1998년부터 디젤 엔진을 함께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커먼레일 직분사 디젤은 2003년 첫 선을 보였다. 2.7리터 HDi V6 엔진으로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 607에 먼저 장착된 후 푸조 407을 비롯해 당시 포드에 속해있던 재규어랜드로버의 재규어 S타입, XJ,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3 등 다양한 차종으로 실려 나갔다. 브랜드의 특성도 다르고 차종도 상이하지만 같은 동력원을 쓴다는 점이 이채롭다.


PSA 그룹은 가솔린 엔진 개발에 있어서는 BMW와 손을 잡았다. 지난 2006년부터 소형 가솔린 엔진을 공동으로 개발해 1.6리터와 1.4리터 가솔린 엔진을 만들었다. 1.6리터 가솔린 엔진은 푸조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207과 BMW 그룹의 프리미엄 소형차 MINI에 함께 들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PSA 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토요타그룹과는 소형차를 공동으로 개발ㆍ생산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체코 콜린에 공장을 열고 푸조 107, 시트로엥 C1, 토요타 아이고(Aygo) 등을 생산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과거 다임러 그룹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있을 당시 크로스파이어라는 자동차를 공동 개발했다. 벤츠의 3.2리터 SOHC 18밸브 V6 엔진을 장착한 크로스파이어는 벤츠의 구형 SLK와 부품도 40% 가까이 공유했다.

하나의 자동차 그룹에 여러 브랜드가 있을 경우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는 폭스바겐그룹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 브랜드의 골프와 제타 등에 사용되는 2.0 TDI(터보디젤) 엔진은 그룹 내 아우디의 A4를 비롯해 다양하게 활용된다.

갈수록 엔진 개발에 힘을 모으는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초 일본의 닛산은 다임러와 4기통 휘발유 엔진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2014년경 생산될 엔진은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에 실릴 예정이다.

작년 말에는 토요타가 BMW와 친환경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엔진 기술을 제휴하기로 했다. 토요타는 2014년부터 유럽에 판매할 디젤차량에 쓰일 1.6리터와 2.0리터 엔진을 BMW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일본 스즈키도 엔진공급 협력을 다짐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당분간 대규모 단독 투자보다는 협력을 통한 리스크 감소와 시너지 창출에 주력할 전망이다.

김광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