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효율'이라는 등식이 가능할까. 그렇다. 죽음과 파괴, 증오를 수반하는 전쟁의 이면에는 승리를 향한 인력ㆍ재화의 총력 동원과 효율적 운용, 전략적 사고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강하든 약하든 전쟁에 돌입한 국가는 평소보다 몇 배의 힘을 발휘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전쟁하듯이 죽기살기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비용. 전투를 치루지 않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목표 달성을 위한 지름길은 없을까. 새로 나온 번역서 '전쟁의 기술'은 이를 가르쳐 준다. 엘리자베스 여왕 사례부터 보자. 영국은 풍전등화였다. 내전 후유증에 재정도 엉망인데다 유럽 최강인 스페인과 전쟁을 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영국은 결국 스페인의 무적함대(아르마다)를 물리쳤다. 단순히 해적 출신인 드레이크를 기용해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왕은 이탈리아 은행부터 움직였다. 스페인 무역선 몇 척을 탈취해 이탈리아 은행들의 스페인에 대한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한 것. 재정난에 봉착한 스페인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결국 영국 함대에게 패했다. 스페인의 약점인 재정을 물고 늘어진 전략이 승리한 셈이다. '좌파'라고 공격 받았던 한 미국 대통령도 상대방의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가 취임했을 때 J.P모간, 록펠러 등은 '시장과 자유주의를 지키기 위한 기업인 모임'까지 만들며 대통령을 공격해댔다. 야당인 공화당도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대꾸하지 않았다. 반대파의 감정이 더욱 격해져 이성을 잃을 단계에 이르면 대통령은 비로소 모습을 나타내 일격을 가했다. 결과는 언제나 승리. 시간을 자기 편으로 활용한 그의 이름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을 기록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이라는 부제가 딸린 책에 담겨진 승리의 비법은 33가지, 그 이상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시간대를 포괄하는 데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에서 소크라테스, 미야모도 무사시, 메테르히니, 즐루족(영국군을 물리친 아프리카 부족), 히틀러, 마오저뚱까지 성공과 실패의 사례가 그려져 있다. 소재도 다양하다. 무려 100여개가 넘는 사례를 통해 전쟁과 전투는 물론 정치와 경제, 문화ㆍ예술ㆍ체육ㆍ종교 얘기로 줄줄이 딸려 나온다. 심지어 정신병 치유와 여배우 조앤 크로퍼드의 주연을 따내기 위한 전략까지 소개된다. 책은 한마디로 인간과 역사를 경쟁과 전략이라는 시각으로 투명하는 프리즘이다. 짭짤한 덤도 있다. 번역서로 소개된 '유혹의 기술',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고전학의 대가답게 짧으면 한 줄, 길게는 원고지 10장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서와 이솝우화ㆍ주역ㆍ군주론ㆍ세익스피어ㆍ손자병법 등에서 따온 231개의 인용문은 고전의 조각을 음미하는 맛까지 자아낸다. 639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