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자감세 서민증세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부자감세 서민증세'를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이 뜨겁다. 이는 결국 세 부담의 공평과 관련된 문제다. 납세자의 세 부담 능력인 소득의 크기에 따라 차별 없이 누진세율로 세금을 부과해야 공평과세가 실현된다. 다만 중소기업 지원, 투자촉진, 서민생활 안정 등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 부담상 특혜를 주는 비과세·감면을 도입할 수 있다.

배당소득증대 등 고소득층 혜택 집중

비과세·감면은 도입목적과 정책효과가 확실해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비과세·감면이 정책효과가 불투명하면서 공평과세를 훼손할 경우 '부자감세 서민증세'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도 정책효과가 불투명하면서 세 부담의 불공평을 심화시키는 세제가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소득 증대 세제'와 '주택임대소득세 경감 세제'다. 상장주식의 대부분을 재벌 총수를 비롯한 고소득층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배당소득 증대 세제의 혜택(야당 추산 연 3,000억원)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 소비성향이 낮은 부자들의 소득을 늘리는 배당소득 증대 세제를 두고 소비증대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불공평 세제이고 부자감세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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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136만5,00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한 다주택자는 8만3,000명(6.1%)에 불과하다. 다주택임대사업자 현황파악과 과세 인프라 구축이 상당히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에는 임대사업자의 세원파악과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정책추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소득세 경감 세제가 계류돼 있다. 별다른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다주택 부자를 성실 납세자인 영세 근로소득자보다 우대하는 것은 불공평 세제이고 부자감세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법인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도관(導管)에 불과하고 소득귀속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법인 소득이 귀속되는 대주주의 배당소득세를 경감해줄 경우 이는 부자감세에 해당한다. 세계 각국이 투자유치, 국가 경쟁력, 일자리 창출 등 경제의 효율성 증진 차원에서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 시대에 우리만 높은 법인세율을 고집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다른 논란거리인 담뱃값은 정부 계획대로 1갑당 2,000원 인상할 경우 부담금과 세금 증가 규모는 연간 약 5조원에 달한다. 담배 관련 세금과 부담금이 흡연자의 소득 크기와 관계없이 일정금액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소득에 역진적이라는 게 문제다.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저소득 서민에게 불리한 담뱃세 인상은 '서민증세'라 할 수 있다. 또 소득과 관계없이 가구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이 부과되는 주민세 인상도 대표적인 서민증세에 해당한다.

불공평·비효율 개선하는 세제개편을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 비율은 3.6%로 OECD 평균(8.7%)의 40%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부자 관련 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고 서민 부담이 늘어나는 소비 관련 세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세 부담의 불공평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리고 소비증대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세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런 세 부담의 불공평과 비효율이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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