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 자발적 리콜은 소비자를 위한 가장 정직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17일 서울 구로구 대성쎌틱에너시스(이하 대성쎌틱) 본사에서 만난 고봉식(56·사진) 대표는 자신을 장사꾼이 아닌 '기계쟁이'라고 표현했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지 10년이 됐지만, 평생 기계를 만지며 생활한 덕에 아직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기계와 마주하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1988년 대성산업 기계사업부에 입사한 그는 대성쎌틱 공장장에 오를때까지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최근 불거진 리콜 논란에 대해 고 대표는 제품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설치업자가 매뉴얼대로 제품을 설치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3개월에 걸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를 설득해 실시한 자발적 리콜"이라며 "리콜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성쎌틱은 북미 시장에 수출한 온수기 제품이 과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2008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북미시장에 공급한 약 3만대 가량의 온수기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그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끊임없이 품질관리를 하던 와중에 온수기 연통 설치오류를 발견하게 됐다"며 "오히려 미국 현지에서는 직원들이 부품을 교체해주며 제품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에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열교환기 등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논란이 제기된 것 자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고 대표가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해외 진출이 시급한 시점에 품질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해온 그는 "아직도 2006년에 미국 시장을 뚫겠다고 제품을 차에 실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다니던 때가 눈에 선하다"며 "힘들게 개척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까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바도 크다. 고 대표는 현지 업체하고 계약을 맺어 OEM(주문자상표부착) 형태로 수출하다 보니 해외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 기민하게 대처하는데 한계가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이를 반영해 대성쎌틱은 내년 5월 최초 해외 법인을 미국에 설립한다. 아울러 내년 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냉난방 전시회에 두가지 신제품을 내놓고 북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 합작법인을 계획 중이며, 러시아·호주 등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업계를 대표하는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 대표의 목표는 보일러 본토 시장인 유럽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판매하는 것. 그는 "프랑스의 보일러 업체 사포토에모리의 기술을 들여와 가스보일러만 외길로 걸어온 대성쎌틱이 북미와 러시아를 넘어 조만간 유럽에 진출하는게 꿈"이라며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정직한 기술로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