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럽 재정위기… 신용경색 조짐] 경제수장들 발언 수위 너무 높다

시장 불안감 부추기는 전망 연일 쏟아내<br>"경각심 좋지만 섣부른 비관론 자제해야"

정부 부처 수장들이 정제되지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외불안에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발언수위가 경제수장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3분의1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그리스의 디폴트 확률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으로 보면 98%에 이른다는 보고까지 있다"고 밝혔다. 전날 그리스의 부도설 확산에다 이날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마당에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잇달아 날린 것이다. 정부의 '오럴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올해 초 취임 당시 유로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 올해 4ㆍ4분기나 내년 초에 이 문제가 '버스트(burstㆍ터지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들이야 간접화법을 구사했다고 하겠지만 시장은 발언내용에만 주목할 것"이라며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발언이 지나치게 투박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에도 "외화 유동성 문제는 (잘못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 "본질적인 시스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증시는 충격을 받은 뒤였다. 민간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경상수지 적자전환 가능성 등 대내외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이들 당국자의 위기발언이 진짜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자칫 정부의 신뢰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당시 재정부 장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은 경쟁하듯 "3차 오일쇼크" "국난적 상황"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9월 위기설'이 나돌며 금융시장이 동요하자 뒤늦게 해명하기에 급급한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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