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우량기업인 KT&G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적대적 인수합병(M&A)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 측이 주식 공개매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적대적 M&A 의도를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데 반해 KT&G 측의 대응수단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칸과 워렌 리히텐슈타인은 23일(현지시간) 곽영균 KT&G 사장에게 주당 6만원에 KT&G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인수 제안서를 보냈다. 주당 6만원은 지난 23일 종가인 5만1,200원보다 17.2% 높은 가격이다.
아이칸 측은 “공개매수를 위해 2조원(20억달러)을 마련했으며 자금동원 능력을 확인받기 위해 에스크로(escrowㆍ특수 목적 결제자금) 계좌에 입금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이칸 측은 “KT&G 주식을 취득한 뒤 의결권을 약속받았으나 최근 KT&G가 취한 일련의 행동은 이런 약속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회사 측 입장을 오는 28일까지 밝히라고 못박았다.
아이칸 측은 또 3월17일 주주총회에서 예정된 KT&G의 사외이사 선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 같은 행동은 막강한 자금력과 M&A 노하우를 등에 업고 KT&G 경영권을 실제 인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KT&G는 백기사(우호세력) 확보 등이 여의치 않아 실제 경영권이 넘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KT&G는 아이칸 측이 이사 선임 결정을 무효화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법정에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KT&G 주식을 6만원에 매수하겠다는 인수 제안에 대해서는 “현재 입장을 검토 중이며 정리되는 대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