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무원 퇴직수당, 연금개혁 숨은 뇌관 되나

민간 100% 수준 현실화 땐 지자체 2조 추가 부담… 반발 불보듯

당정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퇴직수당(민간기업의 퇴직금) 문제가 자칫 연금개혁의 숨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민간의 39% 수준인 공무원 퇴직수당이 100% 수준으로 현실화되면 2조원에 가까운 재원부담이 생기게 되는데 이의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부담 때문에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이 같은 재원부담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반발이 불가피한데 이럴 경우 연금개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일 행정자치부와 전국 주요 지자체에 따르면 당정은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의 퇴직수당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나와 있지 않지만 덜 받게 되는 연금을 보전하기 위해 민간보다 턱없이 낮은 퇴직수당을 현실화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수당은 공무원이 정년 이전에 퇴직하게 되면 근무기간에 따라 적게는 민간 수준의 6.5%에서 많게는 39%까지 받게 된다. 20년 넘게 공직에 근무하다 퇴직하면 받게 되는 퇴직수당이 민간의 39%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당정은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과 같이 100% 현실화하면 퇴직 이후 덜 받게 되는 연금 가운데 일부를 보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퇴직수당을 현실화하면 당장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수당은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지급되지만 재원은 고용주 지급 원칙에 따라 국가직은 정부가, 지방직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전국 공무원 가운데 국가직은 35%에 불과하고 지방직은 65%에 달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재원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정년 이전에 중도퇴직한 공무원은 10월 현재 3만6,000여명이고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수당은 1조2,7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재원은 8,200억원 수준이다. 만약 민간 수준과 같이 100% 현실화하면 전체 퇴직수당은 단순계산해도 3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재원부담도 2조원 가까이 늘게 된다. 민간의 39% 수준을 적용(8,200억원)했을 때보다 140%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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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복지사업 확대로 이미 재정이 거덜 날 대로 거덜 난 지자체들이 이 같은 신규재원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수도권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개혁 과정에서 퇴직수당이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되면 재원마련도 지자체가 해야 된다"며 "복지사업에 쓸 예산이 없어 매년 정부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로 부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폭발력에도 불구하고 퇴직수당 현실화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주최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자리에 참석해도 퇴직수당 현실화에 따른 재원부담을 논의하는 분위기가 없었다"며 "늘어나는 재원부담은 지자체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어 답답하고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지자체들은 퇴직수당이 단계적으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현실화되면 추가 재원부담은 어느 정도인지를 미리 파악해야 준비를 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추계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빠듯한 지자체 재정사정 때문에 공무원들이 퇴직을 하고 싶어도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교육청에서는 올해 1만3,300여명의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5,533명만을 겨우 내보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신규 임용교사 자리가 부족해 발령을 내지 못하는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퇴직수당이 현실화돼 지자체의 재원부담이 증가하면 전국 교육청에서 벌어지는 악순환이 지자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재원부담 논란이 거세지면 지자체들이 일제히 반발해 연금개혁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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