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에선 일본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엔화 정책을 놓고 최근 심각한 의견 대립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엔화가 급등세를 지속, 연말엔 달러당 95엔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와 관련,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前)대장성 재무관도 12일 TV에 출연,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엔고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6월 시장에 개입한 직후 일본은행의 고위관리가 이를 정면으로 비난했던 게 이같은 인식을 불러 일으켰다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자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달러화 매입 여력을 늘려주어야 하는데 일본은행이 통화 고삐를 바짝 조인 상태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빚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이체 방크의 수석분석가인 케네스 쿼티스는 『지금처럼 대장성과 중앙은행의 충돌 상태가 지속될 경우 엔화는 달러당 95∼100엔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버트 나이스 IMF(국제통화기금) 아태담당국장도 최근 이같은 통화논쟁에 가세, 『일본은행은 통화량을 늘린 상태에서 개입을 단행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IMF는 일찍부터 일본의 통화정책이 『상당할 수준의 긴축기조』를 지속할 경우 2·4분기부터 엔화 강세를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사카키바라 전재무관은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위해 채권을 대량으로 발행할 경우 이는 곧바로 채권가격의 하락을 유도하고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대장성과 공동으로 엔고현상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일본과의 협조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면서도 「강한 달러」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서머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외환시장을 관리해서는 안되며 경제의 양호한 펀드멘털(기초 여건)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강한 달러는 미국의 이익』이라면서 외환정책의 기조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카키바라 전재무관은 『미국이 증시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달러화 약세를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서머스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협조개입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재무부가 시장 개입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될때 협조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단정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