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교, 절대진리 주장하면 타락"

'종교가 사악해질 때' (찰스 킴볼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BR>맹목적 복종강요등 타락 징후 역사적 사례 분석<BR>종교의 이름으로 치러진 전쟁·악행 객관적 고찰

이슬람 신자들은 성지순례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3개의 기둥에 욕을 하며 돌을 던져 악마를 저주하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악마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이 같은 의식은 예언자 아브라함이 아들 이스마일을 신의 제단에 바치려 할 때 악마가 나타나 방해하자 이를 쫓기 위해 돌을 던졌다는 전통에서 비롯됐다. 찰스 킴볼은 종교가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할 때 타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종교적 이데올로기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악행이 증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이 말에 대한 증거로 미국 웨이크포리스트 대학 종교학과 찰스 킴볼 교수는 매일 배달되는 일간 신문의 기사 제목을 들춰보라고 주장한다. ‘카슈미르의 힌두교도와 무슬림 전쟁 임박’ ‘점령지에서 유대인 주민들에게 살해된 팔레스타인인’ ‘낙태 수술의사를 살해한 기독교 근본주의 목사에 대한 살인사건재판 시작’ ‘복지시설에서 신도들이 교주 암매장’ 등등. 일간지의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사는 우리에게 종교의 이름으로 치러진 전쟁과 악행을 확인해준다. 종교인에게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비춰지는 책 ‘종교가 사악해질 때(When religion becomes evil)’의 저자 킴볼 교수는 침례교에서 정식으로 서품을 받은 목사이다. 이슬람교 에 관한 여러 저서들을 발표하면서 중동 전문가로 부각돼 지난 2001년 9ㆍ11 사건 때는 전 세계 TV에서 앞 다퉈 인터뷰를 신청한 인물이기도 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반인들은 종교와 정치라는 주제를 꺼내지 않는 게 예의가 됐지만 킴볼 교수는 오히려 종교 문제를 공론화할 것을 강조한다. 정치ㆍ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종교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면 재앙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같은 저자의 생각은 9ㆍ11 테러 사건의 충격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의 학문적 성찰의 대상이 9ㆍ11 테러 사건에만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랜 역사 속에서 종교 이름으로 많은 악행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은 진부하기는 해도 슬픈 진실”이라며 일본과 미국, 이스라엘, 중동 국가 등 여러 나라에서 그 동안 종교 이름으로 치러진 악행들을 비교 종교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종교가 타락 징후를 보이게 되면 결국 종교의 이름으로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며 종교의 타락을 경고하는 다섯 가지 징후로 ▦절대적인 진리주장 ▦맹목적인 복종 강요 ▦이상적인 시대확립 주장 ▦목적을 위한 모든 수단의 정당화 ▦성전 선포 등을 제시한다. 책의 골간은 이 같은 타락 징후들에 대한 역사적 사례 분석으로 이뤄져 있다. 저자의 위기 의식은 지구상의 주요 현대 종교들이 최근 이 같은 타락의 징후들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 그는 현대사회의 종교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는 종교인에게는 다소 불경하게도 비춰질 제목을 단 책을 내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종교의 타락 징후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킴볼 교수는 “각각의 종교는 자신의 지혜와 전통 안에서 이 같은 타락 현상을 찾아내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갖고 있다”며 종교의 내적인 치유 기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독교인이든 힌두교도든 무슬림이든 불교든 상관없이 자기 신앙을 지키면서도 자신이 경험한 신만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종교의 다원성을 인정하자고 결론내리는 대목은 교과서적이기는 하지만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이 책은 각 종교를 비교 종교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자칫 첨예한 논쟁 거리로 비화될 수 있는 소재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려 애썼다. 각 종교의 뿌리와 전파 과정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진정한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자의 냉철한 시선은 종교인 뿐 아니라 일반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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