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

'제3의 물결' '잭 웰치 자서전' 읽고 건설·경영인 꿈 키웠죠



대학시절 경영학 수강 안할만큼 실용적 학문 관심 없었지만

TV통해 잭 웰치 강연 듣고 기업경영 해보겠단 생각 굳혀


어릴때 접했던 인문학 책도 사람중심 기업경영에 큰 도움

건설사업관리 1위 안주 않고 조직· 비즈니스모델 바꿔 해외사업 비중 확대 힘쓸 것


어린 시절 몸이 아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아이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었다. 정치·인문학 가릴 것 없이 집 안에 있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학에 관심이 생겨 대학 전공까지 이어졌다. 수많은 책을 통해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이 경영 일선으로 나서게 된 이유도 결국 책 때문이었다.

정치학도를 경영자로 만든 책

대학 시절 이 사장은 경제학 수업은 듣더라도 경영학은 수강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실용적 학문에는 관심을 두지 않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전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접하면서 실질적·실무적인 영역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정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이후 정치경제학의 이론구조를 연구하면서 주제를 해외 건설정책으로 설정하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입사하게 됐다.

건설업과의 인연을 만든 책이 '제3의 물결'이라면 경영자로 변신하게 만든 책은 기업가 '잭 웰치'의 자서전이다. 잭 웰치는 지난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연소 최고경영자로 재임한 경영인으로 '세기의 경영인' '경영의 달인'으로 불린다.

연구원에서 건설전략, 정책 부문 등의 연구를 진행했지만 경영 자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사장은 우연히 밤 늦은 시간 TV를 통해 잭 웰치의 강연을 접하게 됐다. 미국 미시간대 MBA스쿨에서 이뤄진 잭 웰치의 강연을 들은 이 사장은 다음날 곧바로 자서전을 구입해 읽고 기업경영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영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는데 생산적인 활동을 실제로 열어주는 역할은 기업경영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2007년부터 7년간 GS건설의 전략담당 겸 경영연구소장을 맡게 됐다.

연구와 경영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연구원에서는 방향성과 옳고 그름에 관한 문제로 씨름을 했지만 기업은 그보다는 실행을 통해 성과를 내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연구는 홀로 진행할 수 있지만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성향과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과의 인연도 책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장은 연구원 재직 당시 한미글로벌과 함께 '한국건설산업 대해부'와 '코리안 스탠다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일류 발주자가 일등 건설산업 만든다' 등 총 3권의 책을 발간했다. 이 사장은 "이 과정에서 6~7년에 걸쳐 함께 워크숍을 수시로 하면서 김 회장과 만남을 갖게 됐고 건설산업을 선진화하고자 하는 열정에 존경심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책을 통한 인연은 김 회장이 '건설산업선진화위원장'을 맡았을 때와 '건설산업비전포럼'을 만들었을 때 이 사장이 실무진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10년 이상 관계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미글로벌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장으로서는 건설전략 전문가 역할을 시험해볼 일종의 시험대가 한미글로벌이 된 셈이다.

혁신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CEO로서 그리는 한미글로벌의 미래는 무엇일까.

김 회장이 이 사장에게 한미글로벌 사장직을 제안하면서 했던 말은 "이제 한미글로벌도 변화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였다. 조직 내외부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CM)가 주력업종으로 CM 특성상 다양한 경력을 갖춘 인물들이 모인 조직이다. 이 사장의 표현을 빌리면 CM은 "발주자를 대신해 설계를 누구한테 맡겨야 할지, 인허가를 어떻게 처리할지, 시공사는 어디로 선정해야 할지 등 건설사업 전반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건설현장을 통솔해야 하기 때문에 신입보다는 경력의 비중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회사 바깥에서 젊은 인물이 들어와 혁신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했다.

변화를 이끌기 위해 이 사장이 시작한 것은 '변화와 행동(Change&Action)' 태스크포스(TF)다.

그는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변화와 행동을 조직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직원들에게 개선안 제안을 받는 등 말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움직이는 젊은 조직이 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일 버리기 운동과 구성원 교육, 서비스 질 향상 등 운영 효율화를 위한 작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비전 2020'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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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은 오는 2020년까지 수주 1조3,000억원과 매출 1조원, 영업이익 800억원을 달성하려는 목표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도시 제다의 5성급 호텔인 포시즌즈(Four Seasons)호텔 공사에 대한 549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관리(PM)용역을 수주하는 등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사장에게 현재 한미글로벌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으니 "국내 CM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환기에 처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한미글로벌은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가 선정한 세계 18위 CM·PM 회사지만 2020년까지 10위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 사업에 비중을 더 둘 것"이라며 "회사 구조나 비즈니스 모델을 상당 부문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 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CM·PM이 본업이기는 하지만 개발사업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지, 인수합병(M&A)을 어느 쪽으로 해서 회사를 키울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를 만드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책

이 사장은 스스로를 인복이 많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학 시절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대학 선배들과 토론을 하며 친분을 쌓았고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의 조교를 지냈다. 이홍구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서적을 읽기도 했다. 주로 학문을 매개로 다양한 인맥이 형성된 셈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인문학 책은 현재 기업경영의 밑바탕을 형성시켜줬다. 이 사장은 "기업경영도 결국 사람이 중심이고 가치관과 철학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 읽었던 인문학 책이 실용학문은 아니더라도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책은 현재도 이 사장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요소다. 한미글로벌 임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토론을 벌이고 상하반기 한 차례씩 저자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등 건설 부문부터 경영·안전·인문학 등 다양한 내용이 토론대에 오른다.

책을 통해 배운 '사람 중심 경영'은 회사 곳곳에 배어 있다. 한미글로벌은 복지 제도에서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 그는 "직원이 회사에 만족해야 좋은 직장이 아닌가"라며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는 대기업에 비해 100분의1 수준이지만 복지후생과 급여 수준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64년 출생 △경남 김해고 △서울대 정치학과·행정대학원 △1995~2007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2007~2013년 GS건설 전략담당 겸 경영연구소장 △2014년~현재 한미글로벌 사장







직원서 회장까지 안식휴가·육아휴직 의무화… 국내 최고 직장 톱10에

사이버교육·자격증·대학원 지원 등 퇴직까지 책임지는 교육시스템 마련
임원·사원간 멘토링·스폰서 제도도


"직원이 행복하면 회사도 성장합니다."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회사 자체를 위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한미글로벌은 임원과 사원 간 멘토링 제도부터 보육 지원까지 각종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인 '에이온 휴잇(AON Hewitt)'에서 주관한 '2015 한국 최고의 직장 톱 1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미글로벌의 복지 프로그램은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 조성 △개인 성장 및 발전 지원 △벽 없는 조직 구축 △일과 삶의 균형 추구 △감사 및 공헌 활동 확산 총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지원제도는 '일과 삶의 균형 추구' 파트에 속한 안식 휴가제다. 직원의 경우 10년, 임원은 5년 동안 근속할 경우 2개월간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82명이 이 제도를 활용해 잠시 쉬어가는 기간을 가졌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활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김종훈 회장도 두 번에 걸쳐 안식휴가를 통해 지리산 등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이 안식휴가 기간에 가족과 유럽 등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더라"라며 "내 경우에는 지난해 초 한미글로벌에 들어왔기 때문에 안식휴가를 쓸 수 있는 4년 후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와 가정생활의 양립을 위한 지원도 제공된다. 첫째와 둘째 출산 시에는 50만원, 셋째와 넷째의 경우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을 지원하며 육아휴직 기간 1년 중 6개월을 아예 의무화시켜 자유롭게 휴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만 3세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은 출퇴근 1시간 범위 내에서 탄력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자녀 수에 제한 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자금을 한미글로벌에서 지원한다.

직원들의 교육 프로그램은 이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책임지는 교육 시스템'을 내걸고 사이버교육과 어학·자격증·대학원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외부 교육 외에도 사내에서 최고경영진과 대리급 이하 사원 간의 멘토링 제도, 스폰서 제도를 도입해 활동 보고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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