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자산운용 산업의 현주소

최 홍 <랜드마크 투신운용 사장>

그동안 금융산업의 외곽지역에서 맴돌던 자산운용업이 올들어 그 중심지역으로 합류하고 있다. 정부는 동북아시아 금융 허브 계획을 발표하며 자산운용업을 그 중심에 위치시켰으며 초저금리상황의 지속으로 투자자 사이에서는 적립식펀드 붐이 일고 있다. 또 오랜 시일을 끌어왔던 한ㆍ대투의 매각이 이제 가시화되면서 산업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고 있고 외국의 유수한 자산운용사들은 한국 연금시장의 급격한 성장가능성을 점치면서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산업의 현실은 아직 스산한 겨울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느낌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운용 수수료의 끝없는 추락은 많은 운용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정작 격변기에 필요한 미래를 위한 투자와 대비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있다. 자산 운용사와 산업이 성장궤도를 타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운용산업의 구성요소와 가치사슬(Value Chain)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우선 운용사 차원에서 볼 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운용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 대표적 지식산업의 하나인 자산운용업은 운용 규모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존재한다. 즉 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확보되는 수익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지기에 인력과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가장 많은 운용사가 속하는 2조~4조원 자산 규모에서는 인원당 영업이익이 5,000만원에 그치며 2조원 이하의 운용사는 2,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간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 확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정부도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해 운용사간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 고객과 관련해서는 기관(법인)고객의 비중이 너무 과대하고 바람직한 개인고객 기반은 상당히 제약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개인고객의 비중은 산업 평균이 약 30%이며 신생 중ㆍ소형사는 20% 이하에 머물고 있다. 기관고객의 과다는 전체 운용보수 수준을 형편없이 떨어뜨려 장기적 경영압박의 원인이 되며 다수의 사모단독펀드의 양산을 통해 펀드 수를 급증시켜 결국 펀드 운용의 효율을 상당히 저하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개인고객펀드라고 하더라도 그 대다수는 펀드 만기를 가지고 있는 단위형 펀드라는 점은 펀드 단명화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맹목적 수탁고 경쟁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강화시키는 데 일조할 뿐이므로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건실한 고객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발전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상품의 측면에서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채권과 MMF 등의 안전자산 위주의 상품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주식형은 5~6%에 지나지 않는 자산구조상의 편중 및 왜곡이다. 전 세계 자산운용업계의 주식펀드 평균이 44%임을 생각하면 우리의 주식펀드 비중은 세계 최하위를 면하지 못한다. 그나마 2~3년 이상의 상품은 예외적이며 대부분이 6개월, 1년 이하의 만기구조를 가진 초단기상품이 압도적이다. 현재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적립식펀드를 통한 장기투자 바람은 고객에게는 투자의 성공을, 운용사에게는 운용의 안정과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판매 채널의 경우는 과거 증권사 독주로부터 탈피해 은행이 급성장하며 미래의 주도적 판매 채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현재 은행을 통한 판매가 전체 판매액의 약 25%에 이르고 있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은행을 통한 펀드판매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점은 더욱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펀드산업의 추가적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판매 채널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 보험중개인에 의한 판매, 독립 판매 채널의 허용, 운용사 직판의 허용이라는 방향에서 채널이 추가되면 보다 많은 고객이 객관적인 정보를 이용해 손쉽게 상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운용보수 측면에서 전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개인고객 위주로 주식 관련 펀드를 늘리며 장기투자자산을 확보함으로써 극복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개발력, 운용방법의 차별화, 운용성적의 안정적 우월성을 꾸준히 시장에 각인시켜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개별 자산운용사 차원의 노력들은 이제 협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적ㆍ체계적 노력으로 집대성돼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자산운용업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미래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게 되고 산업은 한 단계 도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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