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중 발표될 이라크 재건사업 원청계약자 발표는 종전 후 지난 1년 여 동안 지지부진 했던 국내건설업체들의 이라크 진출에 물꼬가 트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총 50억 달러 규모의 이번 재건사업에는 석유시설(총 18억9,000만 달러)ㆍ전력시설(15억 달러)와 수자원시설(17억 달러) 등 시설공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규모의 단순토목공사가 간헐적으로 발주됐던 그 동안의 긴급복구 사업들과 달리 국내건설업체들이 참여할 여지가 많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다음달에는 바그다드의 재건엑스포가 열려 하도급 수주를 노리는 국내건설업체들이 이번에 선정될 원청계약자로부터 직접 공사를 따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또 오는 7월 경에는 이라크의 정식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이 아닌 현지 정부로부터 직접 공사를 따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점도 국내건설업체들의 이라크 진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주 규모 얼마나 될까 = 특히 이번에 이라크 재건사업관리처(PMO)의 총괄지휘로 발주되는 재건사업의 경우 전체 50억 달러 규모의 물량 중 20%(10억 달러)이상은 국내업체들이 원청 및 하도급 계약으로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만 해도 이번 재건사업의 대부분 공사에 걸쳐 공동원청 계약자로 입찰한 상태로 건당 평균 발주규모가 5억 달러에 달하는 데다 현대나 대우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도 원청업체를 통한 하도급 공사 수주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데 근거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수주할 공사의 실제 공사금액은 정산시점에 가면 계약당시 예상금액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발주처가 수주업체에게 공사 실비 이외의 수수료를 더 얹어주는 `코스트 플러스 피`(cost plus fee)방식으로 발주됐기 때문. 실제로 벡텔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이라크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전력부문 복구공사를 15억 달러에 수주했는데 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으로 계약함에 따라 실제 청구금액은 당초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0억 달러에 이르렀다.
◇발주기관 변경에 대비해야 = 다만 4월 이후부터는 재건사업의 발주 주체가 미국이 아닌 UN 등 국제기구와 향후 정식출범 할 이라크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여 국내건설업체들은 미국 주도로 발주된 이번 재건사업과는 다른 방식의 수주전략 수립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재건공사의 발주방식을 보면 발주처가 입찰참여 희망업체들에게 준비기간을 불과 2~3주밖에 주지 않은 상태에서 게릴라식으로 계약자를 선정했고, 입찰참여 조건도 매우 까다롭게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재건공사만 해도 발주처가 원청 입찰참여 업체들에게 미 상공회의소 등록 등과 같은 복잡하고 엄격한 등록기존을 10여가지나 요구해 국내건설사 중에선 현대건설만이 겨우 참여할 수 있었다.
또 하청업체 선정에 있어서도 수개월 전부터 원청계약 유력 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기타 유대관계를 쌓지 않으면 공사를 따내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호영 현대건설 부사장은 “재건사업의 하도급 공사는 대부분 공개입찰이 아니라 원청업체가 수의계약방식으로 발주해 왔다”며, “그만큼 원청업체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쌓지 않은 기업은 하도급 물량도 수주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구체적 지원방안 마련해야 =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향후 발주처 역할을 맡게 될 각종 국제기구와 이라크 과도정부와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재건사업 발주계획을 계속 갱신해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이들 국제기관 등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에 대해 정부도 코트라(KOTRA) 등을 통해 이라크 임시정부 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50억 달러 공사 발주와 관련해선 최근까지 건설교통부의 담당부서에서 조차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발주일정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신보도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또 미국이나 국제기관이 아닌 이라크 현지의 공사(公社)들이 발주하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에서 면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선 지난해부터 현지 석유공사(SCOPㆍState company for oil project) 등이 각종 플랜트공사 발주공고를 내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국제관례에 비춰볼 때 발주처의 입찰절차가 불투명하고 미흡하거나, 아예 사기성이 짙은 사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현지진출업체들의 안전문제도 여전히 불투명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LG건설 윤창근 해외영업담당 부장은 “이라크 현지에 진출하려고 해도 현지 발주처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재와 안전문제 등의 리스크(risk)가 너무 많아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수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책이 좀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