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반대한 침략전쟁에 우리 군인들이 왜 고생을 해야 합니까”, “미국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국익을 위해서 파병은 불가피합니다”
이라크 전 파병 안을 놓고 정부ㆍ정치권ㆍ시민단체ㆍ노동계ㆍ법조계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찬반양론이 뜨겁게 대립되고 있다. 국회는 당초 파병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찬반양론이 크게 대립하면서 파병안을 일단 유보했다. 이런 와중에서 28일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안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국론이 크게 분열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ㆍ노동계 등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한 미국 중심의 침략전쟁에 우리나라가 동조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등 파병 찬성론자들은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며 반대론자들의 `안일한 현실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정당성 없는 파병 거부한다”= 국가 기관인 국가인권회가 이례적으로 파병 거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인권위는 이날 홈페이지에 `인권을 유린하는 전쟁과 파병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미ㆍ영 연합군의 무력공격은 유엔 헌장이 금지하는 무력의 사용이며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게는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는 4월2일로 연기된 국회 한국군 파병 동의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곧바로 지역구 유권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사전 낙선운동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참가 700여개 사회단체와 연대해서 내년 총선에서 낙선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정부는 찬반론이 분분한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 법사위에서 파병안 위헌 여부에 대한 사전적 심의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그러나 찬성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찬성론의 선봉에 있는 정부는 `국익`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전 평화시위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핵문제의 관건인 북ㆍ미간 대화를 원만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관계를 내세우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5일 “명분과 논리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사안은 현실적 상황인식을 토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결정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불가피성을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을 통해 한미 우방관계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ㆍ미 관계는 여타 국가와의 우호관계가 다르다”며 “반전여론에 유념하면서도 군사동맹국으로서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파병에 따른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파병을 지지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의 77% 이상이 중동지역에서 나오는 만큼 이들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후 영향력을 고려할 때 대미지원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로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중동지역의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전용호기자 s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