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예보대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21일 오후1시40분(현지시간). 이곳 미국 뉴욕주 뉴로첼의 와이카길CC(파71ㆍ6,227야드) 18번홀(파5) 그린 앞에 한희원(28ㆍ휠라코리아)과 로레나 오초아(25ㆍ멕시코)가 섰다. 3언더파의 한희원은 페어웨이로만 볼을 날려 핀 30야드 앞에, 4언더파의 오초아는 러프로만 전진해 약 40야드 오른쪽 앞이었다. 오초아의 볼이 있던 러프가 워낙 길었기 때문에 맨해튼에서 건너온 한국 갤러리들은 ‘한희원이 잘 붙여 버디를 하면 연장전, 공격적으로 어프로치를 해 이글이라도 잡으면 역전’이라며 웅성거렸다. 마침 샌디에이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스코어를 체크하던 한희원의 남편인 야구선수 출신 손혁(33)이 LPGA투어 한국인직원 심규민 씨에게 전화를 걸어 긴장된 목소리로 상황을 물었다. 다음 순간 오초아가 긴 풀을 헤치고 어프로치 샷을 날려 볼을 핀 1m 안쪽에 붙였고 경기 흐름은 급반전됐다. 더 유리한 듯했던 한희원의 어프로치 샷은 짧았고 2.5m짜리 버디 퍼트도 홀 옆에 선 반면 오초아의 버디 퍼트는 가볍게 홀로 빨려들어 타수 차가 2타로 늘어났다. 선두 조 경기가 남았지만 이미 다들 우승권에서 멀어진 터라 합계 5언더파 208타의 오초아는 시즌 2승을 확정 지었다. 올 들어 11번째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7번째 준우승을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총상금 130만 달러가 걸린 LPGA투어 사이베이스클래식은 이렇게 우승과 준우승자가 갈렸다. 먼저 경기를 마친 배경은(20ㆍCJ)도 합계 3언더파로 연장전을 기대했으나 한희원과 함께 공동 준우승, 정규투어 데뷔 후 첫 ‘톱10’ 진입에 만족했다. 배경은은 이날 버디 6개에 보기 1개로 분전하면서 5언더파를 보탰으며 한희원은 버디 6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의 다소 어지러운 스코어카드를 작성하면서 2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210타 동률이 됐다. 이번 대회까지 2개 대회 연속 준우승, 시즌 5번째 톱10 기록을 낸 한희원은 “마지막 홀도 아쉽지만 사실 7, 8번홀에서 보기, 더블보기로 무너진 것이 잘못”이라며 “우승 못한 것은 그 실수에 대한 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코닝클래식이 이번 대회와 코스나 날씨가 비슷한 만큼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LPGA 정규투어 톱10에 든 배경은은 “생일이었던 어제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우물쭈물 경기했던 것이 너무 화가 나 연습에 열을 올렸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이날 4언더파 단독선두로 출발했던 박희정은 4오버파로 무너지며 합계 이븐파 213타를 기록해 아니카 소렌스탐(36ㆍ스웨덴), 지난해 우승자인 폴라 크리머(20ㆍ미국) 등과 함께 공동6위가 됐다. ‘루키’ 이선화(20ㆍCJ)가 이날 3오버파를 치며 합계 2오버파 공동11위, 장정이 3오버파 공동14위를 기록했고 김미현(29ㆍKTF)은 8오버파로 공동35위에 처졌다. 이 대회는 2라운드가 폭우로 순연됐고 결국 3라운드 54홀 플레이로 축소돼 치러졌다. /뉴로첼(미국 뉴욕주)=김진영 골프전문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