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백화점업계의 화두는 이 두마디로 요약된다.백화점은 지난 수십년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소매업태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의 경우 100조원 규모의 국내 소매업 시장에서 16%의 점유율을 확보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할인점, 인터넷을 비롯한 무점포 유통 등 경쟁업태의 성장이 가속화함에 따라 백화점업계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백화점 빅3는 이들 핵심전략을 기본으로 삼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 사업 강화
백화점 빅3업체는 약속이나 한듯이 인터넷을 새천년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백화점들이 인터넷사업을 자신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백화점은 물류, 상품 등 유통 전반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메일링 서비스, 서버 등 기초장비만 확충되면 인터넷쇼핑사업에서도 단숨에 선두그룹에 오를수 있다』는 신세계 인터넷사업팀 방희일 과장의 설명에서 그 답을 찾을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현대백화점. 현대는 한국형 인터넷 검색엔진인 「까치네」를 인수하고 영국의 선물(膳物) 네트워크 서비스업체인 프레스네트(PRES.NET)와 전략적 제휴를 마무리, 인터넷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뒤질세라 신세계도 전자상거래를 21세기 중점사업으로 규정, 올해 인터넷업계 선두그룹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신세계는 이를위해 기존 백화점의 250만명 카드 고객 DB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국내 중소기업 우수상품을 해외시장이나 지사, 외국업체 등에 소개하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 TO B)도 준비중이다.
롯데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1위업체의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뛰어들 태세가 돼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고급 고객을 잡아라
「고객을 정확히 알아야만 살아남을수 있다」. IMF사태에 따른 소득격차 확대, 할인업태의 강세 등으로 인해 백화점들의 영업전략 선회도 두드러진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한 매스 마케팅보다는 고급 고객을 겨냥한 로얄 마케팅이 불가피해지면서 고객 개개인의 축적된 DB 활용이 어느때보다 강조된다.
이에따라 롯데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유통업 맹주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신설된 BPR(BUSINESS PROCESSING REENGINEERING:기업혁신)팀의 심원보(沈元輔) 매니저는 『300억원을 들여 영업, 매입, 재무, 지원 등의 운영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된다』면서 『전사적인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 협력업체와의 정보 공유를 통한 상품 개발이 원활해지고 고객관리가 한차원 높아지는등 1위로서 차별화가 확실히 이뤄질것』으로 자신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백화점 13개, 할인점 22개 등 35개에 이르는 국내 최다점포망을 갖추게될 롯데가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타업체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품격 백화점」이라는 이미지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도 발걸음이 바쁘다. 2년여전 일대일 마케팅기법을 개발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팀을 조직한 현대는 올해부터 분석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 CRM팀 황순귀 부장은 『지난해 국내환경에 맞는 아파트 상권분석 시스템을 개발한데 이어 올3월께 경인지역 DB마케팅 시스템을 오픈하는등 전사적인 DB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 비전 재정립
새천년을 맞아 백화점 빅3는 앞다퉈 CI(기업이미지통일)도 바꾸고 중장기전략도 새롭게 마련했다.
지난해말 본점에서만 1조원을 돌파한 롯데는 올해 대전(3월), 강남(5월), 포항(12월) 등 3개점을 오픈, 총 13개 백화점에서만 5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21세기 초우량 기업」을 선포, 기선을 제압하고 나섰다.
현대는 지난해11월 CI(기업이미지통일)를 교체하면서 백화점사업 이외에 인터넷사업, 외식업, 물류업, 호텔, 금융업 등 사업 다각화를 골자로 하는 새천년 경영계획 「비전 2006」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올 매출목표는 지난해 2조7,000억원에서 올해 3조시대를 개막한다.
신세계는 그간 주춤했던 백화점 오픈을 재개, 올해 강남점과 마산점 문을 열어 지난해보다 24% 성장한 1조7,400억원의 매출목표를 잡아놓았으며 본점 재개발도 추진키로 했다. 창사 40주년이 되는 2003년에는 백화점 10개, E마트 63개에 매출 10조1,000억원, 순이익 4,040억원을 실현, 소매업 1위에 오른다는 「비전21」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신세계유통연구소 노은정(盧垠靜) 과장은 『지난해 IMF 경기회복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데다 올해부터 세일 및 사은품·경품행사에 대한 정부나 소비자단체의 감시가 심해질 것으로 보여 영업환경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신규점 오픈이 재개되고 지방 및 중소 백화점 M&A가 활발해지면서 대형 3사의 과점화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효영기자H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