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행불구 설비완료한 곳 全無한 주유소에서 여러 회사 제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복수폴사인제(복수상표표시제)가 9월1일부터 시행되지만 업계의 제반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31일 현재까지 복수폴사인제 도입을 위한 설비 매설 작업을 시작한 주유소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소비자의 이익 강화라는 취지로 마련된 복수폴사인제는 시행 초반부터 업계의 혼선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도가 시행 초반부터 표류하게 된 것은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 주유소들이 하나의 주유소에서 한 회사의 제품은 판매하는 현재의 단수상표표시제에서 복수폴사인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각 제품별 저장탱크와 주유기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만약 휘발유와 경유, 보일러 등유 등을 팔고있던 주유소가 다른 회사의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저장탱크 6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 1만500개의 주유소 중 이처럼 대규모의 설비를 마련할 여건이 되는 주유소는 10% 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큰 주유소들도 굳이 자금을 들여가며 복수폴사인제를 시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업계 조사결과 50% 이상의 소비자가 주유소 선택의 요인으로 브랜드보다는 입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
정유사 입장에서도 거래를 맺고있는 주유소가 경쟁사 브랜드를 판매하도록 자금을 지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복수폴사인제로 입지가 커지는 곳은 주유소. 주유소들이 예전보다 쉽게 공급 업체를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정유업계가 계열 주유소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어렵게 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에 대한 기존의 관리체제를 지원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복수폴사인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우리는 다만 한 회사 제품만을 팔도록 된 규제를 완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원정기자